가는 길 모두 청학동이다
2013.10.09 by 굴재사람
어느덧
비로소 길
고향
십자고개
깨우치다
아름다운 돌이 불길을 다독거렸다
그리운 것들은
가는 길 모두 청학동이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27 - 이성부 - 청학동이라는 데가 정말 이곳인지 저 건너 등성이 너머 악양골인지 최고운이 사라진 뒤 청학 한 마리 맴돌다 가버렸다는 불일폭포 언저리인지 피밭골 계곡인지 세석고원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옛 사람들이 점지해놓은 청..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20
어느덧 / 이성부 나뭇잎들이 다 붉어지기도 전에 죽은 영혼들 물들여 온 산이 불타기도 전에 시월 눈 쌓이고 바람불어 나도 춥습니다 미처 제 집을 찾지 못한 새끼배암 한 마리 돌길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파란 하늘에 대고 무어라 절규하는 듯 찢어지게 벌린 입 다물지 않습니다 술 한잔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16
비로소 길 - 이성부 - 새 것은 어느 사이 헌 것이 되어버린다 슬그머니 바래지거나 꼴불견이 된다 소위 새로운 시라는 것도 흐지부지 안개 속에 황사 바람 속에 떠돌다가 다음날 아침의 명징! 온데간데가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소통이 아니다 나는 사십 년 전에 읽은 시가 지금 너무 새로..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14
고향 이성부 지음 나를 온통 드러내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나를 모두 쏟아버리기 위해서 맨 처음처럼 빈 그릇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네 곁에 드러누워 하늘 보면 아직도 슬픔들 길을 잃어 어지럽고 깨끗한 영혼들 아지랑이로 어른거리느니. 너를 보듬고 살을 부벼 뜨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11
십자고개 - 이 성 부 - 고개는 낮은 곳에서 길을 잡아 나를 이끈다 처음부터 제 머리를 치켜드는 법이 없다 내 걸음걸이 더디게 되면서부터 자꾸만 산 뒤편으로 저를 감춘다 땀방울들 하나씩 흙에 떨어질 때마다 고개는 성깔을 드러내어 된비얄을 만든다 버려야 할 것들 모두 버린 다음에..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07
깨우치다 - 이성부 - 정상에서 찍은 사진 들여다볼 때마다 이 산에 오르면서 힘들었던 일 사진 밖에서도 찍혀 나는 흐뭇해진다 꽃미남처럼 사진 속의 나는 추워 떨면서도 당당한 듯 서있는데 먼 데 산들도 하얗게 웅크리고들 있는데 시방 나는 왜 이리 게으르게 거들먹거리기만 하는가 눈..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04
아름다운 돌이 불길을 다독거렸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61 .........................................이성부 우리나라 산골짜기 절간치고 저 숱한 난리에 불타지 않은 절 있을까마는 피아골 들머리 연곡사는 특히 많은 불벼락을 맞았다 절 앞으로 지금은 자동차들 무심하게 달려가 버리지만 옛 사람..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7:00
그리운 것들은 - 이성부 - 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 데 있는 것이 아니야. 바로 네 뒤에 있는지도 몰라. 몸 돌려 살펴보면 숨어버리지 고요히 눈 감고 손 내밀면 만져지는 것. 모든 고향도 먼 데 있는 것이 아니야 바로 네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하거든. 닫은 마음이라면 기차를 타고 고향에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