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마는
2013.10.09 by 굴재사람
날망과 등성이
천왕봉 일출에 물이 들어
서둘지 않게
중산리
산에 역사가 있었다
어느 사이 速步(속보)가 되어
흔들리다
많이도 왔다 조항산 정수리에서 돌아보니 내가 오르내린 산들 너무 많아 슬프다 걸어온 길 다 무엇인가 느리게 간 한나절 또는 짧게 가버린 시간들 다 무엇인가 가야 할 먼 산 먼 길 바라보니 너무 많아 슬프기는 매한가지 눈시울부터 힘이 돋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 발길이 가다가다 머..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56
날카로운 봉우리는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사랑하기 위해 저 혼자 솟아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저 혼자 웃음을 머금는다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어찌 곧추선 칼날을 두려워하랴 이것들이 함께 있으므로 서로 사랑하므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이 익는다 용솟음과 낮아..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54
캄캄한 칼바람 속 바위 등걸에 앉아 얼어붙은 털모자 땀고드름을 털어낸다 사람 사는 일 오고가다 더러는 모진 사연 만나는 줄이야 이미 알았거늘 새로 또 닥치는 매서운 추위 아무래도 삶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저만치서 내빼는 것 뒤쫓기만 하다가 넘어져서 덜덜 떨고 있는 일 아니더..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53
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이나 살펴보면서 문수골 시린 물에 얼굴이나 씻으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데서나 퍼져앉아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50
중산리에서는 산이 바라다보이는 것이 아니라 올려다보인다 조금 멀리 조금 가까이 흰구름 뭉치 천왕봉 언저리에 걸려있다 그리움도 손에 잡혀 가슴이 뛴다 아 비로소 여기 이르렀구나 아잇적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반고비 고개 넘어 세상일 조금은 보일 때까지 꿈에서만 올라보던 그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48
산에 역사가 있었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1 - 이 성 부 - 오랫동안 나는 산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산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내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어버이께 눈물겨워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넉넉함 내가 나에게 보태는 큰 믿음이었다. 자동차가 다녀야 하는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46
어느 사이 速步(속보)가 되어 - 이성부 - 걷는 것이 나에게는 사랑 찾아가는 일이다 길에서 슬픔 다독여 잠들게 하는 법을 배우고 걸어가면서 내 그리움에 날개 다는 일이 익숙해졌다 숲에서는 나도 키가 커져 하늘 가까이 팔을 뻗고 산봉우리에서는 이상하게도 내가 낮아져서 자꾸 아래..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41
흔들리다 - 이성부 - 돋보기 쓰고 책을 들여다본 지 여러 해 글씨는 보이는데 아직도 세상 잘 안보여 답답하다 가까운 것들 그런대로 보고 문밖 것 먼 뎃 것은 돋보기 벗어 버려야 이리 시원한 하늘 땅 산 사람 사는 일들은 아직도 오리무중 흐리멍덩 그대 마음 하나 읽지 못해 쩔쩔매는구..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9.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