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2013.10.02 by 굴재사람
봄
무등산
깔딱고개
지리산
벼
선 바위 드러누운 바위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누룩 - 이 성 부 - 누룩 한 덩이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無力)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9:22
봄 - 이 성 부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40
무등산 - 이 성 부 -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산에 올라서, 하느님을 만나서, 물어볼 것이 참 많았지만 부탁할 것도 참 많았지만 나는 훨씬 뒤에야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닐 때에야 이 산 꼭대기에 오를 수가 있었지. 입석대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37
깔딱고개 - 이 성 부 -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34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26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18
외로움은 긴 그림자만 드리울 뿐 삶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고즈넉한 품성에 뜨거운 핏줄이 돌고 참으로 키가 큰 희망 하늘을 찌른다 저 혼자 서서 가는 길 아름다워라 어둠 속으로 어두움 속으로 솟구치는 바위는 밤새도록 제 몸을 닦아 아침에 빛낼 줄을 안다 외로움으로 드러..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16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을 안고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3. 10. 2.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