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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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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 이 성 부 -

 

 

누룩 한 덩이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無力)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림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아 지금 감춰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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