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무등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2. 00:37

본문

                    무등산

 

                                  -  이 성 부 -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산에 올라서,
하느님을 만나서,
물어볼 것이 참 많았지만
부탁할 것도 참 많았지만

나는 훨씬 뒤에야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닐 때에야
이 산 꼭대기에 오를 수가 있었지.
입석대 끝에서 날고 싶었지.

서울에서 공부할 적엔
밤새도록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새벽과 함께 맨 먼저 반기는 산.
임곡쯤에서 뛰어드는 산.
먼발치로.
내 가슴 뛰게 하던 산.

광주,담양,화순,나주를 굽어보며
그 큰 두 팔로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껴안고
볼 비비는 산,
넓은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산.

그리고
마침내 가르쳤지.
산이 무엇을 말하고
산에 오르면
어떻게 사람도 크게 서는지를
이 산은 가르쳤지.

나는 어른이 된 뒤에야
어렸을 적 어머님 말씀,
그 큰 뜻을 알 수 있었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룩  (0) 2013.10.02
  (0) 2013.10.02
깔딱고개  (0) 2013.10.02
지리산  (0) 2013.10.02
  (0) 2013.10.0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