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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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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짓는 것들이여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 김지하 시인의 '지리산'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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