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2. 00:18

본문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시 '벼' 전문 -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깔딱고개  (0) 2013.10.02
지리산  (0) 2013.10.02
선 바위 드러누운 바위  (0) 2013.10.02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0) 2013.10.02
백비(白碑)   (0) 2013.10.0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