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낮추며 가는 산
내가 걷는 백두대간 101
- 이 성 부 -
이 산줄기가 저 건너 북쪽 산줄기보다
나지막하게 나란히 내려간다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봉우리 하나를 일군 다음
자꾸 저를 낮추며 간다
그러다가 또 뭇봉을 일으켜 세우더니
무엇에 취한 듯 드러눕는 듯
금세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이어간다
머지않아 이 산줄기 크높은 산을 만들어
더 나를 땀 흘리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 이런 산줄기가 크게 될 사람의
젊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하나 배운다
저를 낮추며 가는 길이 길면 길수록
솟구치는 힘 더 많이 쌓인다는 것을
먼발치로 보며
새삼 나도 고개 끄덕이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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