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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골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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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골짜기 찾았을때는
내려가는 길 잘못 들어 헤매다가
되돌아 올라오고 말았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천왕봉을 올랐다고
여운이가 어이없는 듯 투덜거렸다
혼자서 두번째 왔을 때는
잘 내려가다가 또 길을 잃었다
성깔이 많은 골짜기다
그만큼 칼칼한 정신들 우글거려
길 잃음도 복이라고 믿었다
바웟돌들이 한사코 나를 떠다밀므로
이 어려움도 머지않아 기쁨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잘 참아내며 오르막 내리막
수도 없이 되풀이되는 길
우리 삶의 고단한 한나절 또는 한평생
깊게 가르치는 길
점필재에서 정순덕이까지 또 누구 누구
이 길로 오르내렸음을 떠올리면서
나도 산과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고마워하는 법을 배웠다
추성리 다 내려온 돌담 아래에서
살모사 한 마리 본다
그늘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햇별 한 줄기 본다

- 이성부 시 <칠선골_내가 걷는 백두대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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