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역사가 있었다
내가 걷는 백두대간 1
- 이 성 부 -
오랫동안 나는 산길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산이 있음에 고마워하고
내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어버이께 눈물겨워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의 넉넉함
내가 나에게 보태는 큰 믿음이었다.
자동차가 다녀야 하는 아스팔트길에서는
서로 다 마음 안 놓여 괴로울 따름이다.
그러나 산길에서는 사람이 산을 따라가고
짐승도 그 처처에 안겨 가야 할 곳으로만 가므로
두루 다 고요하고 포근하다.
가끔 눈 침침하여 돋보기를 구해 책을 읽고
깊은 밤에 한두 번씩 손 씻으며 글을 쓰고
먼 나라 먼 데 마을 말소리를 들으면서부터
내가 걷는 산길이 새롭게 어렴풋이나마
나를 맞이하는 것 알아차린다.
이 길에 옛 일들 서려 있는 것을 보고
이 길에 옛 사람들 발자국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내가 가는 이 발자국도 그 위에 포개지는 것을 본다.
하물며 이 길이 앞으로도 늘 새로운 사연들
늘 푸른 새로운 사람들
그 마음에 무엇을 생각하고 결심하고
마침내 큰 역사 만들어갈 것을 내 알고 있음에랴.
산이 흐르고 나도 따라 흐른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우리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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