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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山 뒤에 두고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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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山 뒤에 두고

 

                               - 이성부 -

 

 

찬바람 벌판 어둠 끝에서

혼자 걸어오시던 이.

한마리 학처럼 목이 길게

느릿느릿 걸어오시던 이.

그 큰 두팔로

이 고장 사람들의 슬픔을 껴안으며

이 고장 사람들의

희망을 어루만지던 이.

넓은 가슴으로 어깨로

이 고장 사람들과 함께 승리했던 이.

저 들판 적시는 영산강만큼이나

넘치는 사랑 그 안에 담고 있던 이.

오늘은 근심걱정 다 마감하고

훌훌 손 털고

다시 그 벌판 혼자서 걸어가시네

빈山 뒤에 두고 가시네

 

 

- 이성부 시집"빈山 뒤에 두고"[풀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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