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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山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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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山

 

               - 이성부 -

 

 

내려가는 일이 더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이라고

산이 나에게 가르친다

깊게 생각하므로 말수가 적어지고

낮게 밑바닥에 숨어서 지내므로

아래로 아래로 스며드는 물처럼 흐르다가

겸손하게 잦아지거나 앙금처럼 남거나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어 진흙 밭에 뒹굴다가

그때마다 내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가

별에 가 닿았음을 알아차리므로

차분하게 사람 사는 모습 내려다보는 이 기쁨!

 

 

- 이성부 시집 『도독 산길 』,《책만드는 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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