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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3. 10. 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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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내가 걷는 백두대간 94

 

 

                            - 이성부 -

 

 

 

안개 속을 헤집고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사람의 눈에

나뭇가지는 자꾸 덤벼드는 짐승의 발톱이다

얼굴을 찌르고 배낭을 잡아 끈다

마음도 이리저리 할퀴어져 피를 흘린다

안개가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딛으며 걷는

내 철썩거리는 발길이

마치 전쟁 같아 앞일을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산에 올라와서야

발 아래 깔린 안개구름을 아름답게 본다

 

 

 

- 이성부 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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