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이나 살펴보면서
문수골 시린 물에 얼굴이나 씻으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데서나 퍼져앉아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나도 흐르다가
그냥 내려와도 그만
친구여 자네 잘하는 풀피리소리 들려주게
골짜기 벌레들 기어나와 춤이나 한바탕
이파리들 잠 깨워 눈 비비는 흔들거림
눈을 감고 물소리 피리소리 따라 나도 흐르다가
흐르다가 풀죽어 고개 숙이는 목숨
천천히 편안하게 산에 오른다
여기쯤에서
한번 드넓게 둘러보고 싶다.
-서둘지 않게,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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