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2015.04.12 by 굴재사람
남편
도꼬마리씨 하나
흔들릴 때마다 한 잔씩
반성 16
아가에게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부부 - 함민복 - 긴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0:48
부부 / 문정희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 만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0:45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0:43
도꼬마리씨 하나 - 임영조 - 멀고 긴 산행길 어느덧 해도 저물어 이제 그만 돌아와 하루를 턴다 아찔한 벼랑을 지나 덤불 속 같은 세월에 할퀸 쓰라린 상흔과 기억을 턴다 그런데 가만! 이게 누구지?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는 억센 가시 손 하나 나의 남루한 바짓가랑이 한 자락 단단히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0:40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19:47
반성 16 - 김영승 -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19:39
아 가 에 게 / 김남조 1 아가의 머리맡에 햇빛이 앉아 놉니다 햇빛은 아가의 손님입니다 아가가 세상에 온 후론 비단결같은 매일이었습니다 아직 눈도 아니 뵈는 죄그만 우리 아가 아가는 진종일 고이 잡니다 잠은 아가의 요람 아가는 잠에 안겨 자라납니다 아가는 평화의 동산 지줄대는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19:17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 일 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 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겟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