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2015.04.11 by 굴재사람
시래기
죄
고백성사
못을 뽑으며
오늘
설날 아침에
아들 자랑
홍시 - 윤효 - 감나무 가지 끝에 홍시 하나가 까치밥으로 남아 있었다 서릿바람 불고 눈발 날려도 가지 끝에 빨갛게 남아 있었다 밤새 꺼지지 않던 빈자일등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40
시래기 - 윤중호 -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 찬 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 배배 말라 가면서 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39
죄 /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등바등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36
고백성사 - 김종철 -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35
못을 뽑으며 - 주창윤 -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 여개의 못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있는 못들을 뽑아낸다 창 밖으로 벽돌 지고 가는 사람들도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33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08
설날 아침에 - 김종길 -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5:06
아들자랑 -신현림- 백년 전의 조선에 아들 낳은 여인이 유방을 내보이는 특이한 풍속이 있었다 무명 치마저고리 사이에 여인의 유방이 두 개의 노을처럼 달렸지 여인의 유방은 혁명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여인의 유방에서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사방팔방 강가에 조선의 모유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