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2015.04.11 by 굴재사람
추억에서 67
어머니
낙화
담배 연기처럼
소나무에 대한 예배
소나무 숲에는
간이역
밭 /정우영 ​ 암시랑토 않다. 니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 안디, 이거는 병이 아녀. 내리오라는 신호제. 암먼, 신호여. 왜 나가 요새 어깨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잘허제? 고거는 말이여, 마늘 눈이 깨어나는 거여. 고놈이 뿌릴 내리고 잪으면 꼭 고로코롬 못된 짓거리를 헌단..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2:08
추억에서 67 - 박재삼 -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2:05
어머니 -이경- 어머니 몸에선 언제나 생선 비린내가 났다. 등록금 봉투에서도 났다. 포마드 향기를 풍기는 선생님 책상위에 어머니의 눅눅한 돈이 든 봉투를 올려놓고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왔다. 밤 늦게 녹초가 된 어머니 곁에 누우면 살아서 튀어오르는 싱싱한 갯비린내가 우리 육남매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2:01
낙화 - 조 지 훈 - ​ 꽃이 지기로 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근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1:27
담배 연기처럼 - 신동엽(1930~1969) -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놓고..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1:20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 반성하는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1:09
소나무 숲에는 / 이상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 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1:06
간이역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나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