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시편. 9 - 간이역
2015.04.11 by 굴재사람
삼천사에 가면
선암사
고사 (古寺)
고사
출가하는 새
술
2015.04.09 by 굴재사람
원동시편. 9 - 간이역 작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작은 것은 몸으로 봅니다. 내 몸이 머무는 곳에 보랏빛 제비꽃은 피어 있습니다. 언덕 아래 몸을 숨기고 원동역은 아득히 그곳에 있습니다. - 고영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0:31
삼천사에 가면 - 전동균 - 부처를 모신 대웅전에 가지 않는다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석탑을 보지 않는다 영험 많은 산신각 문고리도 잡지 않는다 삼천사에 가면 나는 슬픔을 품듯 허공을 안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풍경 소리 경문(經文)처럼 마음에 새기며 대웅전 지나 산신각 지나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0:04
선암사 - 정호승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10:01
고사 (古寺) - 조지훈 - 목련꽃 향기로운 그늘 아래 물로 씻은 듯이 조약돌 빛나고 흰 옷깃 매무새의 구층탑 위로 파르라니 돌아가는 신라 천년의 꽃구름이여 한나절 조찰히 구르던 여흘 물소리 그치고 비인 골에 은은히 울려오는 낮 종소리. 바람도 잠자는 언덕에서 복사꽃 잎은 종소리에..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09:55
고사 - 조지훈 -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西域) 만리(萬里)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청록집(1946)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09:53
출가하는 새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나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1. 09:49
술 -천 상 병- 술 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 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 한 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 오십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내는 이 한 잔씩에도 불만이지만 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9. 12:52
술 -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막걸리로만 아주 적게 마신다. 술에 취하는 것은 죄다. 죄를 짓다니 안 될 말이다. 취하면 동서사방을 모른다. 술은 예수 그리스도님도 만드셨다. 조금씩 마신다는 건 죄가 아니다. 인생은 苦海다. 그 괴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술뿐인 것이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9.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