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처럼
- 신동엽(1930~1969) -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두레박질이여.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매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파 못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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