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2015.05.13 by 굴재사람
잘 익은 상처는 향기롭다
2015.05.06 by 굴재사람
축하합니다
2015.04.30 by 굴재사람
상처는 스승이다
2015.04.29 by 굴재사람
말없는 산 같은 데서
2015.04.25 by 굴재사람
낙화
2015.04.21 by 굴재사람
따뜻한 봄날
2015.04.12 by 굴재사람
굴비
묵 묵사발이 되는 건 싫다 묵 한 사발 가운데 놓고 한잔 나눌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 메밀묵이든, 청포묵이든, 도토리묵이든 묵은 느림의 결정체 앙금을 느릿느릿 저어 끓여 천천히 식혀야만 탱탱해지는 묵 빨리 먹으려하면 부서지고 빈 젓가락만 남는다 미끌미끌한 묵은 조심스럽게 집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5. 13. 22:17
잘 익은 상처는 향기롭다 1 누군가 던진 돌 하나 나무 속에 박혀 있다. 그 돌을 그러안고 통증을 견디는 서향 안에선 상처가 익는다, 향이 왈칵 쏟아진다. 2 참았던 눈물 같은 꽃향기가 폭발한다. 고백하듯 꽃은 피고 향내가 천리 간다. 사람도 저 서향 같아야 향기가 멀리 간다. ―배우식(19..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5. 6. 20:09
축하합니다 - 정호슴 -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다리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30. 12:34
상처는 스승이다 - 정호승 -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라 뿌리 있는 쪽으로 나무는 잎을 떨군다 잎은 썩어 뿌리의 끝에 닿는다 나의 뿌리는 나의 절벽이어니 보라 내가 뿌리를 내린 절벽 위에 노란 애기똥풀이 서로 마주 앉아 웃으며 똥을 누고 있다 나도 그 옆에 똥을 누며 ..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29. 17:02
말없는 산 같은 데서 - 김용택 - 어디서 말이 싹트는지 아느냐 저 말없는 산 같은 데서 저 말없는 물 같은 데서 세상을 살리는 말이 태어나느니 너무 서둘지 말아라 함부로 남의 말을 탓하지 말아라 너를 들여다 보거라 네가 보일 때까지 침묵하고 너를 보거라 무엇이 지워지고 무엇이 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25. 21:59
낙화 - 이형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21. 19:55
따뜻한 봄날 ​ - 김형영 - ​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버리더..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1:30
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15. 4. 12.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