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상처는 향기롭다
1
누군가 던진 돌 하나
나무 속에 박혀 있다.
그 돌을 그러안고
통증을 견디는 서향
안에선 상처가 익는다,
향이 왈칵 쏟아진다.
2
참았던 눈물 같은
꽃향기가 폭발한다.
고백하듯 꽃은 피고
향내가 천리 간다.
사람도 저 서향 같아야
향기가 멀리 간다.
―배우식(1952~ )
천리향이라고도 하는 서향나무. 향기가 얼마나 좋으면 천리를 간다 하는가. 서향(瑞香)은 그렇게 올봄에도 꽃을 피워 천리 밖 어딘가로 향을 실어 보냈을까. 상서로운 향기라니, 서향은 어감이며 운치까지 향기로워 자꾸만 부르고 싶다. 서향, 그렇게 부르고 서서 귀 모으면 산 너머 당신에게까지 향이 은은히 번져갈 것만 같다.
그토록 깊은 향기라면 어떤 운명을 품고 있지 않을까. '참았던 눈물 같은/ 꽃향기가 폭발'할 때 그것은 어쩌면 '통증을 견디는' 시간으로 새긴 울음의 문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군가 던진 돌 하나'도 운명처럼 꼭 끌어안고 견뎠을 것이다. 상처를 잘 익혀 향으로 빚어내기까지 숱한 눈물을 삭여 왔을 것이다. 우리도 서향처럼 산다면 자신의 향으로 그윽해지며 더 널리 향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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