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오후 네 시 사과를 조금씩 베어 물고 창가로 간다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고 사과할 사람도 없고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가듯 다행이다, 다행이다 은은하게 몸을 흔들어본다 문득 사과꽃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이르면, 어디선가 혼자서 두근거렸을 시간들을 떠올린다 서로 외로운 것도 위로가 된다 - 고은수, 시 '오후 네 시' 늦은 오후에나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혼자 두근거렸을,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서로의 외로움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 우리는 지금 몇 시쯤에서 서성거리고 있을까요.
글모음(writings)/좋은 시
2022. 3. 29.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