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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江(곡강) - 杜甫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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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江(곡강) 곡강에서

 

- 杜甫(두보) -

 

其一

一片花飛減卻春 (일편화비감각춘) 날리는 꽃잎 하나에 봄날은 사라져 가고

風飄萬點正愁人 (풍표만점정수인) 바람에 나부끼는 수 많은 꽃잎 사람을 근심케하네

且看欲盡花經眼 (차간욕진화경안) 모두 지려나 보려는데 꽃잎이 눈앞을 스치니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병 많음을 싫어말고 술이나 마셔보세

江上小堂巢翡翠 (강상소당소비취) 강위 작은 집에는 비취가 집을 짓고

苑邊高塚臥麒麟 (원변고총와기린) 숲가 높은 무덤에는 기린이 누웠네

細推物理須行樂 (세퇴물리수행락) 세상 이치 생각하다 마침내 봄 나들이 떠나네

何用浮名絆此身 (하용부명반차신) 왜 하필 부질없는 명예에 이 몸 얽어맬 건가

 

其二

朝囘日日典春衣 (조회일일전춘의) 조정에서 돌아올 때 날마다 봄 옷 잡히고

毎日江頭盡醉歸 (매일강두진취귀) 매일 강 머리에서 취해서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주채심상행처유) 외상술이야 늘 있는 일 어디 간들 없으리

人生七十古來稀 (인생칠십고래희) 인생 70은 예부터 드물었으니

穿花蛺蝶深深見 (천화협접심심견) 꽃 속에 꿀 찾는 나비 깊숙이 보이고

點水蜻蜓款款飛 (점수청정관관비) 물에 점찍으며 잠자리 여유롭게 난다

傳語風光共流轉 (전어풍광공유전) 풍광에 말 전하리 함께 흘러가자고

暫時相賞莫相違 (잠시상상막상위) 잠시 서로 즐기세 서로 배신하지 말고

 

* <곡강>은 두보가 숙종 건원 원년인 758년 장안에서 모처럼 벼슬살이를 할 때 지었다.

이 해에 두보는 좌습유(左拾遺)라는 임금에게 간(諫)하는 종팔품(從八品) 직책에 있었다.

당시는 안녹산의 난이 계속되는 시기여서 정국이 여간 혼란한 것이 아니었다.

조정 역시 계파 간 알력이 심하였다.

 

두보는 '간'하는 것이 직책인지라 직책을 충실히 수행한답시고 재상이었던 방관(房琯)이

열세에 몰리자 그를 두둔하는 상소문을 숙종에게 격렬한 어조로 '간'했다.

강한 언사의 상소문을 읽은 왕은 크게 분노하였고 이로 인해 미움을 사게 되었고

일이 성사되기는 커녕 자기 직책마저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두보는 이즈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정퇴근-곡강-음주-만취-귀가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했다.

이 시를 지은 지 2개월 남짓 지나 음력 6월 결국 두보는 강직되어 화주사공참군이라는

원치 않는 명을 받고 눈물을 뿌리며 한 많고 설움 많은 장안을 떠나고 만다.

 

* 1수의 간추린 내용과 두보의 심정을 소개하면,

꽃잎 한 잎 떨어질 때 마다 봄은 그만큼 사라져 가고, 만 잎 꽃 휘날리면 큰 시름에 젖노라.

술 먹고, 둘러 보니 안녹산의 난리로 삼림원(곡강)앞에 세워놨던 높은 무덤의 비석들은 다 누워있구나.

술 또 먹고, 에헤라 즐겨야 마땅하거늘, 또 한잔 걸치고 하는 말 "이 부평초 같은 부귀영화에

왜 이 내 몸 얽혀 헤어나지 못할까?  말직이고 말직인 좌습유....

 

* 이백과 두보는 술꾼이다.

흔히 이백에게는 술에 얽힌 황당한 고사가 너무 많아두보는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두보 역시 자타가 공인한 주중선(酒中仙) 이백 못지않게 술을 좋아했다.

 

두보는 이미 14,5세 때에 술을 마신 경험을 시로 읊으면서

'감미로운 술에 취해 사방을 둘러보니 세상 만물은 한량없이 넓게 보엿네.'라고 술을 찬미했으며,

늘그막에 말에서 떨어져 부상당했을 때에도 병문안 온 친구의 술병을 들고 술에 취해 병을 치유했을 정도로 술고래였다.

 

시로 보면, 현존하는 두보 시 약 1400여 수 가운데에 술을 언급한 시가 300여 수로 약 21%에 해당한다.

이백은 잃어버린 시가 상당수에 이르러 술에 관한 시도 덩달아 많이 소실되었겠지만

현존하는 1050수 중 술과 관련된 시가 170여 수로 16%에 해당한다.

 

이백과 두보가 잠시 같이 노닐 때에 의기투합하여 우정을 쌓은 것도 기실 '술'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이백과 두보, 이들은 목숨 걸고 술을 마셨고 광기에 가까운 술버릇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쨌든 목숨보다 술을 우선한 이들의 생활이 위대한 예술을 창조한 밑거름이었으리라.

이 거대한 두 시인은 마음껏 임종 때까지 기회가 닿는 한 술을 마시며 즐겼으니 여한은 없었으리라.

 

두보가 세상을 하직하고 만 직접적 원인은 허기진 배에

소고기와 독한 백주를 배불리 먹고 실컷 마시다가 그만 탈이 났기 때문이다.

 

*

曲江 : 못 이름. 장안의 동남방에 있던 유람명승지. 한 무제가 만들었고 당 현종 때 보수한 인공호수임

<其一>

且:오래동안

厭:물리다. 싫증나다,싫어하다

莫厭傷多酒入脣 막염상다주입순 :몸 많이 상한다 물리지 말고 술을 드세

몸 아끼느라 술을 물리치지 말고 술을 실컷 드세​

翡비:물총새

翠취:물총새

苑: 곡강에 있는 부용원

臥麒麟:기린석상이 무너져있다.

細推物理須行樂 세추물리수행락 :세상 이치 세심히 살피니 모름지기 行樂이거늘

세상 사는 것 뭐 있나 즐겁게 노는 것이 제일이지

<其二>典 : 전당잡히다

江頭 : 곡강의 강기슭

尋常 : 평상시, 언제나

穿 : 나비가 꽃 사이를 누비며 나는 것

蛺蝶 : 호랑나비

深深 : 보일 듯 말 듯 한 모습

點水 : 물에 닿다. 잠자리가 물에 닿았다가 나는 모습

款款 : 느릿느릿한 모습. 유유히 가볍게 나는 모습

流轉 : 유전하다. 배회하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함

相違 : 서로 어긋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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