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나무
어느 날, 한 선비가 장자를 찾아왔다.
그는 평소 장자의 사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선생의 말씀이 매우 넓고 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온통
구부러지고 제멋대로 울퉁불퉁한 저 나무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목수들은 저런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거든요."
이에 장자가 말했다.
"당신 말도 일리는 있소만 한번 거꾸로 생각해보시오.
저 나무가 오랜 세월 잘리지 않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울퉁불퉁하고 제멋대로 구부러졌기 때문이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덩치만 컸지 아무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선비가 반문하자,
장자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게 있을 리 있겠소?
지금 내리쬐고 있는 태양 때문에 당신 머리가 뜨겁다면
당장 저 나무가 드리우고 있는 그늘로 들어가지 않겠소?"
선비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 차동엽 신부의 <바보Zone>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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