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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겸과 굴비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6. 11. 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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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겸은 고려 인종 때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외척 대신이다.

그러나 왕비인 자기 딸을 시켜 왕의 독살을 시도하고

왕위를 넘보았다는 죄목으로 전라도 법성포로 유배당한다.

개경에 있을 때 진공(進貢)해온 조기 맛을 본 적은 있으나

현지에서 천지어를 처음 먹어본 이자겸은 천지어 맛도 모르고

정권 다툼에만 빠진 시절을 무척 후회했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을 혼자 먹을 수 없다고 생가한 이자겸은

말린 조기와 자신의 심정을 담은 장문의 글을 함께 인종에게 올렸다.

그의 글에는 귀양살이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억울하게 죄를 받아 귀양을 왔지만 결코 비관하지 않고

초야에서 다시 복권될 때를 기다리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었다.

또한 임금에게 일편단심으로 충성하겠다는 맹세와 함께

그날이 올 때까지 결코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말린 조기를 '비굴(非屈)'이라는 글자의 순서를 바꿔

'굴비(屈非)'라는 이름으로 진상했다.

그러나 개성으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이자겸은

그해 12월에 결국 죽고 말았다.


먹는 생선을 임금에게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맹세의 증표로

보냈다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고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마 그만큼 굴비의 맛이 일품이었다는 뜻이었으니,

그 때문에 이자겸과 굴비의 사연이 일반인들에게까지도 회자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말린 조기를 굴비라고 부르게 되었다.


- 김진섭의 <이야기 우리문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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