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翁(어옹) 고기잡이 노인
- 柳宗元(유종원) -
漁翁夜傍西巖宿 (어옹야방서암숙) 어옹이 밤에는 서쪽 바위 가까이 배를 대어 자고,
曉汲淸湘然楚竹 (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에는 맑은 상수 물 길러 대나무로 불 지펴 밥 짓네.
煙銷日出不見人 (연소일출불견인) 연기 사라지고 해 떠오르면 그 어부 보이지 않고,
欸乃一聲山水綠 (애내일성산수록) 뱃노래 한 가락에 산수만 푸르구나.
廻看天際下中流 (회간천제하중류) 하늘 저쪽 바라보며 강 아래로 내려가 버리니,
巖上無心雲相逐 (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엔 무심한 구름만 오락가락 하누나.
어구(語句)
漁翁 : 고기잡는 늙은이. 漁夫(어부).
夜宿 : 밤에 묵음[잠을 잠].
淸湘 : 맑은 湘水(상수). 깨끗한 湘江(상강) 물.
然 : 燃(불탈, 불태울 연)과 같음.
楚竹 : 초 땅의 대나무. 상강 부근의 대나무. 湘竹(상죽).
銷 : 끄다. 꺼지다. = 消(끌 소).
欸乃 : 어부가 부르는 뱃노래. 배를 저으며 부르는 노랫소리. 노를 젓는 소리. 靄迺聲(애내성). 棹歌(도가).
天際 : 하늘의 끝. 天末(천말).
雲相逐 : 구름이 서로 쫓음, 곧 구름이 이어서 흘러감.
감상(鑑賞)
여섯 구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어부 노인의 생활 한 때를 읊었다.
배는 강가 서편 바위 곁에 대고 밤을 지내고는, 새벽 일찍 깨끗한 상강의 물을 긷고
상죽 마른 대나무를 줏어다가 불 지펴 아침밥을 지어 먹고 나서 강물 따라 노 저어 간다.
해가 떠오르면 밥 짓던 연기도 사그라지고 그 어부는 보이지 않는데,
다만 저 아래에서 뱃노래 한 가락만 들려오고 산과 물은 푸르기만 하다.
어부는 하늘 저 끝으로 가버렸고 잠자던 곳 옆의 바위 위에는 구름만 무심히 떼지어 둥둥 흘러갈 뿐이다.
어부는 저 아래 하류에서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웠으리라.
아무 욕심이 없고 소박한 상강 어부 노인의 隱士(은사) 같은 삶을 그렸는데,
지은이는 이 시를 통하여 자연과 인간의 調和(조화)된 모습,
바위와 구름의 對照(대조), 뱃노래 한 가락과 푸르기만 한 山水(산수) 등
動中靜(동중정)과 정중동의 경지를 포착하여 자연과 인생을 觀照(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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