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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翁(어옹) - 柳宗元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9.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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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翁(어옹) 고기잡이 노인

 

- 柳宗元(유종원) -

 

 

漁翁夜傍西巖宿 (어옹야방서암숙)  어옹이 밤에는 서쪽 바위 가까이 배를 대어 자고,

曉汲淸湘然楚竹 (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에는 맑은 상수 물 길러 대나무로 불 지펴 밥 짓네.

煙銷日出不見人 (연소일출불견인)  연기 사라지고 해 떠오르면 그 어부 보이지 않고,

欸乃一聲山水綠 (애내일성산수록)  뱃노래 한 가락에 산수만 푸르구나.
廻看天際下中流 (회간천제하중류)  하늘 저쪽 바라보며 강 아래로 내려가 버리니,

巖上無心雲相逐 (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엔 무심한 구름만 오락가락 하누나.

 

 

어구()


: 고기잡는 늙은이. (어부).
宿 : 밤에 묵음[잠을 잠].
: 맑은 (상수). 깨끗한 (상강) 물.
: (불탈, 불태울 연)과 같음.
: 초 땅의 대나무. 상강 부근의 대나무. (상죽).
: 끄다. 꺼지다. = (끌 소).
: 어부가 부르는 뱃노래. 배를 저으며 부르는 노랫소리. 노를 젓는 소리. (애내성). (도가).
: 하늘의 끝. (천말).
: 구름이 서로 쫓음, 곧 구름이 이어서 흘러감.

 


감상()


여섯 구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어부 노인의 생활 한 때를 읊었다.

배는 강가 서편 바위 곁에 대고 밤을 지내고는, 새벽 일찍 깨끗한 상강의 물을 긷고

상죽 마른 대나무를 줏어다가 불 지펴 아침밥을 지어 먹고 나서 강물 따라 노 저어 간다.

해가 떠오르면 밥 짓던 연기도 사그라지고 그 어부는 보이지 않는데,

다만 저 아래에서 뱃노래 한 가락만 들려오고 산과 물은 푸르기만 하다.

어부는 하늘 저 끝으로 가버렸고 잠자던 곳 옆의 바위 위에는 구름만 무심히 떼지어 둥둥 흘러갈 뿐이다.

어부는 저 아래 하류에서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웠으리라.

아무 욕심이 없고 소박한 상강 어부 노인의 (은사) 같은 삶을 그렸는데,

지은이는 이 시를 통하여 자연과 인간의 調(조화)된 모습,

바위와 구름의 (대조), 뱃노래 한 가락과 푸르기만 한 (산수) 등

(동중정)과 정중동의 경지를 포착하여 자연과 인생을 (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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