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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雪(강설) - 柳宗元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9.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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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雪(강설) 눈 덮인 강

 

- 柳宗元(유종원) -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모든 산에는 새들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길에는 사람 발자취 없는데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도롱이와 삿갓에 조각배 타고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발 속에 찬 강물에서 홀로 낚싯대 드리운 늙은이

 

 

어구()

 

: 수많은 산.
: 모든 길. 은 ‘지름길’임.
: 사람의 자취.
: 외로이 떠 있는 작은 배.
: 도롱이와 삿갓. 옛날의 (우비)임.
: 찬 강물.

 


감상()


눈발이 날리고 추우니 산새도 날지 않고 길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다.

이렇게 궂은 날에 도롱이를 두르고 삿갓을 쓴 늙은이가

작은 배를 타고 혼자서 춥고 눈 내리는 강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양화 그림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시중유화, 시 속에 그림이 있음)’의 (소품) (명작)이다.

제1, 2구는 (대구)를 이루었는데, 자나 자는 글자를 맞추기 위해 썼다고 하리라.

 

 

*

유종원의 자는 자후(子厚). 중국 唐나라 때의 문학가, 철학자.

한유(韓愈 768-824)와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해 ‘한·유’(韓柳)라고 함께 부른다.

당송8대가는 한유, 유종원, 소순(蘇洵 1009-1066), 소식(蘇軾 1036-1101), 소철(蘇轍 1039-1112),

왕안석(王安石 1021-1086), 구양수(歐陽修 1007-1072), 증공(曾鞏 1019-1083)을 말한다.

 

강설(江雪)은 당(唐)나라의 시인 유종원의 대표적인 산수시로 <당시선>(唐詩選)에 실려 있다.

후난성(湖南省)의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됐던 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속세를 초월한 듯 대자연에 은거한 고기잡이 늙은이의 모습에

정치적 실의와 고독을 겪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 관조적으로 노래했다.

 

시의 형식은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분류되는 정형시로, 기승전결의 전4구로 이루어졌다.

제1,2,4구의 마지막 글자 絶(절)·滅(멸)·雪(설)이 압운을 나타내는 운자(韻字)다.

시의 소재는 눈이 내리는 강의 풍경이며, 주제는 대자연 속에 묻혀 사는 은자(隱者)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산수경치의 세밀한 묘사가 두드러지며,

객관적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내 적막한 시적 분위기와 시인의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기구와 승구에 대구법이 사용되었다.

 

제1,2구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逕人蹤滅(만경인종멸)은 눈 오는 날 산과 들의 정적감을 그린다.

천산(千山)과 만경(萬徑)은 제3,4구의 고주(孤舟)와 독조(獨釣)의 정황을 살리는 효과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제3,4구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에 묘사된 노인의 모습은

제1,2구에 묘사된 대자연에 대비돼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사립옹(蓑笠翁)은 중앙정계에서 좌천된 작가의 처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 행의 첫 글자를 합치면 천만고독(千萬孤獨)이 된다.

눈 내리는 날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속 강에서 홀로 외로이 고독 속에 낚시하는

노인의 모습을 눈에 보이게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다.

 

유종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산수시를 잘 지어 도연명(陶淵明 365-427)에 비견되며,

왕유(王維 699-759)·맹호연(孟浩然 689-740)과 함께 당시(唐詩)의 자연파를 형성했다.

눈 내리는 강 위에 배를 띄워 낚시를 드리운 어옹의 모습을 노래해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 역시 정신적 좌절과 울분을 인내하면서 대자연 속에서 시 정신을 개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에 묘사된 정경은 중국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화제(畵題)로 많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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