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登高(등고) - 杜 甫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8. 20:41

본문

登高(등고) 산에 올라서서

 

- 杜 甫 -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 세고 하늘 높고 원숭이 슬피 우는데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맑은 물가 흰 모래에 새가 날아돈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끝없이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한없이 양자강 물 세차게 흘러간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리 밖 슬픈 가을 항상 나그네 신세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한평생 많은 병 끌어안고 홀로 누각에 올랐어라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가난 고난 서러웁고 흰머리 한스러워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영락한 이내 몸 술잔마저 끊어야 한다니

 

* 이 시는 두보의 나이 56세 때인 대력2년(767) 가을 기주에서 지어졌다.

기주는 장강의 삼협 중에서도 가장 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두보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기주의 산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로 굽어보이는 장강의 가을 경색을

바라보다가 이미 인생에서도 최고의 정점에 서있는 나이를 먹은 자신의 모습을 슬그머니 미루어 헤아려 보았고,

산꼭대기에 서있는 형상이 마치 기나긴 인생을 지나 엮어진 자기 인생의 등고점인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시는 가을 경관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감회로 이어지면서

작가의 냉철한 자기 평가의 정감으로 끝마무리를 짓고 있다.

 

이 작품은 두보의 칠언율시 가운데에서도 제일가는 작품으로

고금의 칠언율시를 통틀어서도 이 시를 능가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고 평가받는 대표작이다.

 

명나라의 문학비평가인 호응린(胡應麟), 청나라의 비평가인 양륜(楊倫) 등

모두 입을 모아 칠율의 왕관을 씌워 주었던 작품이다.

 

한해의 연중행사 중 겨울맞이를 위한 마지막 행락에 해당하는 중양절 등고는

음력 9월이니까 양력으로는 10월 중순쯤에 해당한다.

산과 강이 깊은 곳에서는 더욱 세찬 바람을 동반하여 쌀쌀하기 그지없는 늦가을의 날씨였으리라.

 

 

* 시의 운율을 모범적으로 지키며 대구를 철저하게 구성하여 시를 창작하는 두보의 수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고난 재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시의 여덟 구는 빛나는 조각가의 예술품처럼 통일을 이루면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구를 보아도 하나의 주제 '등고'를 조화롭게 묘사해낸, 맑은 영혼들이 합창하는 노래이다.

 

* 猿嘯 : 원숭이 소리

渚淸 : 장강의 물가가 맑다

無邊 : 끝없이

蕭蕭 :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滾滾 :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양

繁霜鬢 : 하얗게 센 머리카락

潦倒 : 노쇠한 모양. 영락함

停 : 술을 끊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