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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 杜 甫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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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났을 때

 

- 杜 甫 -

 

(기왕택리심상견)  기왕의 저택에서 항상 보았었고
(최구당전기도문)  최구의 뜰 앞에서도 몇 번을 들었었는데....
(정시강남호풍경)  때마침 강남은 참 좋은 풍경
(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또 다시 그대를 만났구려

 

 

* 이 시는 대종(代宗) 대력 5년(770)에 지어졌다.

770년은 두보가 생을 마감하는 해에 해당되기도 하는데 이 해 봄 담주(潭州)에서 지은 시이다.

칠언 절구인 이 시는 두보가 지은 칠언절구 중에 가장 최후에 지어진 시편으로 전해지며

또 대표작이기도 하다.

 

두보는 768년에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영위했던 사천의 성도 완화계를 떠나 다시 유랑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는 장강을 따라 내려와 호북지방을 떠돌다가 호남을 거쳐 770년 봄에 지금의 장사(長沙)인 담주로 왔다.

당시에는 장강, 상강(湘江)일대를 강남으로 통칭하여 불렀기 때문에 담주에서 지어진 이 시는 강남으로 표현되었다.

 

이 시는 스물여덟 자 밖에 글자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풍부한 시대 상황을 개괄하고 있어서

국가의 번성과 몰락은 물론이고 자신의 혈기시절과 노쇠시절의 격변상황에 대한 감회가 함축성 있게 표현되어 있다.

담담한 시어의 배치에도 불구하고 인생, 그리고 시대와 나라에 대한 상전벽해의 감회가

독자에게 끝없는 여운으로 와 닿아 깊이 심금을 울리는 시이다.

 

이구년은 일찍이 당 현종시대에 궁중악사를 지낸 유명가수이다.

그는 당이 낳은 최고의 명창으로 현종의 극진한 대우를 받았던 사람이다.

당 개원 중에 이구년, 팽년, 학년 삼형제는 모두 예술적 재능을 갖추고 있었으니,

팽년은 춤을 잘 추었고 학년, 구년은 노래를 잘 불렀다.

 

아울러 총명과 기지를 함께 갖추고 있었다.

특히 동도(東都)였던 낙양에는 이구년의 저택이 있었는데

그 호화로움이 공후(公侯)를 능가한 낙양에서 제일가는 저택이었다.

 

그러나 안사의 난이 일어난 이후에 이 저명가수 이구년은 강남으로 흘러들어와

담주에서 호구지책으로 예술을 팔아 연명하고 있었다.

매번 풍경을 등지고 노래를 팔 때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술잔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 4구의 낙화시절을 생각해보자.

이는 경의 묘사어이면서도 정의 묘사어이다. 즉 쌍관의(雙關意)이다.

 

먼저 경의 묘사로 보면 늦봄, 꽃이 떨어진다는 뜻이니 봄의 시절을 상실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풍경이다.

한편 정의 묘사로 본다면 난세를 암시한다.

시대의 낙화요, 국가의 낙화요, 인생의 낙화이다.

 

국가는 이미 쇠퇴의 길에 떨어졌고 사회의 동란으로 인하여 시인과 이구년을 포함하여

난리를 경험한 개개인이 모두 쇠약하고 병들고 늙어 힘없이 사라져 감을 암암리에 상징하고 있다.

즉 낙화는 불행의 상징으로, 나가떨어진 모든 것들을 층층이 싸안으며 함축된 뜻을 행간에 간직하고 있는 시어이다.

 

또(又)라는 시어는 또 얼마나 의미심장한 역할을 하는가!

무한의 감개를 이 한 글자로 함축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또 다시 만난 둘의 처지와 상황을 상상해 보라.

 

* 이 시는 어느 한 곳 비애나 슬픔, 노쇠함의 시어가 없다.

그러나 사용한 언어 밖에서 풍운이 감돈다. 의미가 무궁하며 내용이 풍부하다.

수식이나 조탁을 하지 않았으나 주제가 심각하고, 용량이 크다.

 

풍파를 다 겪은 대시인의 절제된 시어와 자존심이 노련한 수법으로 처리되어

감성의 흔적이 전혀 노출되지 않고도 예술적 경계가 더욱 짙게 드리운 작품이다.

 

* 常 : 늘상, 평상시

前 : 대청 앞뜰.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

王 : 현종의 동생 이범(李範)

九 : 최척이라는 귀족. 九는 항렬로 형제들의 나이에 따라 차례를 매기는 당나라 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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