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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居秋暝(산거추명) - 王維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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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居秋暝(산거추명)  산속의 가을 저녁

                   

- 王維(왕유) -

 

空山新雨后(공산신우후)  빈산에 산뜻 비 뿌리고 나니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저녁 날씨는 가을 기운이 감돈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밝은 달빛 솔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맑은 샘물 돌 위에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빨래터 여인들 돌아갈 새 대숲이 소란하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고깃배 내려가니 연잎이 요동친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천지의 조화 따라 봄 향기 사라진다해도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왕손은 스스로 머물러 있으리이다

 

 

* 이 시 역시 망천에 있는 별장에서 지어진 시이다.

경물의 모습을 한 구 한 구 새기며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며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산수시의 명편으로 꼽힌다.

작가가 그린 그림 속에는 작가가 의도한 뜻과 정이 알알이 새겨져 있다.

 

1구부터 8구까지 한결같이 작가의고결한 감성과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 경계가 흐르고 있다.

언어의 구성은 매우 담백하고 소박한 평상어로 엮어져 있다. 

 

* 3, 4구를 보자.

과연 화가답다. 화가 왕유가 경치를 바라보며 포착한 소재와 그것을 화선지에 담은 구도를 보라.

뛰어난 관찰이다. 신운이 감도는 그림이요. 시구이다.

 

신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함련(3, 4구)을 무아의 경지, 자연합일의 경지라 하여

최상의 절묘한 시구라고 칭찬한다.

 

단지 열개의 글자를 배열하여 숭고하기 그지없는 자연의 질서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깊이 읊고 있다.

시인 왕유는 산수의 묘사를 통하여 시 속에 그가 평시에 품어 온 인생의 삶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말하려는 데에도 커다란 의도를 보이고 있다.

 

 

* 이 시의 정조(情調)는 결코 쓸쓸함, 비애, 고독,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와는 정반대로 한적하고도 유유하고 고결한 영혼이 숨 쉬고 있다.

 

영원히 이상적인 세상을 체험하는 찰나에 느끼는 환희로부터 오는 황홀한 경물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작가의 의도가 전체 화면을 꽉 채우는 구성으로 창작되어 있다.

 

시는 動과 靜의 경물을 적소에 배합시켜 자유롭게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약동하는 자연의 활동세계를 풍요롭게, 힘차게, 당당하게 독자에게 보여주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 秋暝 : 가을 저녁. 暝은 일몰, 황혼의 뜻

新 : 금방, 막

喧 : 시끌시끌한 소리. 竹喧은 대숲 속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

浣女 : 빨래하는 아낙네

隨意 : 자연의 뜻을 따르다. 자연의 순환, 섭리, 진리, 질서에 해당한다.

대자연의 뜻에 따라서, 지금은 가을이니까 봄 향내를 뽐내던

꽃과 나무들이 그들의 수명을 다해서 이제는 시들고 떨어지고 없어진다고 해도

나 왕유는 스스로 원해서 기꺼이 이곳에 머무를 거라고 노래하고 있다.

王孫 : 제왕의 자손(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는 자) "楚辭"에서 인용함.

여기서는 작자, 왕유가 스스로를 지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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