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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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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 정지용 -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 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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