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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오행(五行)을 담은 정월대보름의 절식 오곡밥

라이프(life)/오행생식

by 굴재사람 2014. 2. 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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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야기. 오곡밥

오는 14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음력 1월 15일에 해당하는 민속 명절로 상원절(上元節)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날에는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의 명절인 만큼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다양한 세시풍속이 전해진다. 종기나 부스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행하는 ‘부럼깨기’,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귀밝기술’, 복을 기원하며 싸먹는 ‘복쌈’ 등 음식과 관련된 풍속도 많다.


	오곡밥
오곡밥. 사진=쿡쿡TV

정월대보름에 꼭 먹는 음식으로 오곡밥도 있다.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짓는다는 오곡밥은 시대와 기호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을 넣어 만든다. 반드시 오곡으로 지어야 오곡밥인 것은 아니다. 논농사가 대부분인 전라도와 밭농사가 더 많은 경상도 북부와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같을 수 없기에 오곡밥의 형태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때문에 오곡밥을 짓는다는 것은 다양한 곡물을 섞어 밥을 짓는 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오곡밥은 동양철학사상인 오행(五行)이 담긴 음식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오행을 뜻하는 오방색인 청∙적∙황∙백∙흑의 기운이 담긴 곡물로 음식을 지어 먹음으로써 오장육부의 균형이 바로잡힌다고 믿었다. 터무니없는 미신 같지만 과학적으로도 오곡밥은 몸 속 장기들을 골고루 보듬어주는 효과가 있다.

 

팥은 해독과 이뇨작용에, 수수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고지혈증과 혈당 강하 예방 등에, 차조는 소화흡수가 잘 돼 소화기능을 도와주는데, 찹쌀은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해 변비를 막아주고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데, 검정콩은 풍부한 단백질로 영양을 공급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여성의 냉증(冷症), 생리통 등에 도움을 준다.

 

정월대보름의 절식인 오곡밥은 성씨가 다른 세 집의 것을 나눠 먹어야 길하다고 하여 집집마다 오곡밥을 나눠먹는 풍습도 있었다. 이런 연유로 보름날의 오곡밥을 백가반(百家飯)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오곡밥이 애초부터 정월보름날의 절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 이색이 지은 목은집을 보면 ‘상원일(정월대보름)의 약식이 매우 별미다’라는 기록을 보아 본래 정월대보름의 절식은 오곡밥 이전에 약식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전부터 내려오던 약식의 풍습보다 오곡밥이 정월대보름을 대표하는 절식으로 바뀌게 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유는 두 음식의 재료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약식은 찹쌀∙꿀∙참기름∙밤∙대추∙잣과 같이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가 사용되고 만들기도 번거로운 반면 오곡밥은 재료나 조리법이 일반적이고 간단해 보편적으로 퍼져나가기 쉬운 장점이 있다. 평민들 입장에서는 약식을 만들 수 없으니 이를 오곡밥으로 대체해 정월대보름의 절식으로 활용했다고 보여진다. 즉, 다수가 즐기기 쉬웠던 오곡밥이 약식보다 더 보편화 된 것이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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