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로 내려간 남자
한 남자가 코끼리에게 쫓기고 있었다.
급한 나머지 칡넝쿨을 타고 우물로 내려갔다.
알고 보니 우물 바닥에는 독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뿐인가. 우물 중간 벽에는 작은 뱀들이 기어다니고 있다.
설상가상,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칡넝쿨 윗부분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
한데 어디선가 날아온 벌 다섯 마리가
역시 칡넝쿨 윗부분에 집을 지었다.
꿀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잊은 채
왜 꿀이 더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 불설비유경(佛設譬喩經) -
*이야기는 어리석은 인생에 대한 비유다.
코끼리는 세월, 독사는 죽음,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작은 뱀은 질병을 말한다.
벌 다섯 마리는 인간의 오욕(五欲),
즉 재물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다.
곧 죽어나갈 줄 모르고 탐욕에 빠져
정신없이 지내는 게 우리네 아둔한 인생살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