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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뿌린 ‘차’와 ‘주먹’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1. 7. 1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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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뿌린 ‘차’와 ‘주먹’

 

 

#풍경1 :

황벽 선사의 뒤를 이은 임제(臨濟) 선사가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죠.

젊은 스님이 임제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진정한 불법(佛法)이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철썩!”하는 소리가 났죠.

임제 선사가 젊은 스님의 뺨을 갈긴 겁니다.

그리고 땅바닥으로 젊은 스님을 밀쳐버렸죠.

젊은 스님은 저만치 나가떨어졌습니다.

황당했죠.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그는 임제 선사를 쳐다봤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다른 스님이 젊은 스님에게 말했죠.

“자네는 높은 법문을 듣고도 왜 절을 하지 않느냐.”
 
#풍경2 :

몇해 전이었죠. 어느 스님과 기자들이 찻상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향이 참 좋네요” “차가 참 맑습니다.”

이런 담소를 나누고 있었죠.

그러다 스님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알!”

그리고 들고 있던 찻잔을 ‘확’ 뿌려버렸죠.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죠. 흠뻑 젖은 기자들은 황당할 뿐이었죠.

“화가 벌컥 나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왜 그랬을까요. 법을 묻는 스님에게 왜 임제 선사는 뺨을 때렸을까요. 차분하게 차를 마시던 스님은 왜 갑자기 찻잔을 끼얹었을까요. 스님이 뿌린 ‘차’와 ‘주먹’은 과연 어디를 향했을까요.
다름 아닌 상대의 마음이 아닐까요. 순식간에 일어난 화, ‘이게 뭘까’하는 강한 의구심, 어쩔 줄 모르는 난감함 등을 보라는 얘기겠죠. ‘그렇게 일어난 마음이 누구 것인가’를 보라는 거죠. ‘본래 내 것인가, 아닌가’를 보라는 거죠. 그게 ‘변함없이 머무는 실(實)인가, 아니면 사라지는 허(虛)인가’를 보라는 거죠.
그럼 내 것도 아니고, 실도 아니라면 어찌할까요. 버려야겠죠. 비워야겠죠. 내 것도 아니고, 실도 아니라면 아까울 게 없는 거죠. 아쉬움도 없는 거죠. 임제 선사는 그렇게 버리고, 비운 자리를 보라는 겁니다. 왜냐고요? 그곳에 ‘내 것’이 있고, 그곳에 ‘실’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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