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1
오랫동안 수행의 길을 떠났던 젊은 스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장경(章敬)선사를 찾아가 인사를 올렸습니다.
장경 선사가 물었죠.
“이곳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느냐.”
“8년쯤 지났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경 선사가 ‘제자의 공부’를 물었죠.
“그래, 그동안 자네는 무엇을 얻었는가.”
그러자 젊은 스님은 꼬챙이를 하나 집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구부려 땅에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습니다.
이 모습을 쭉 지켜보던 장경 선사가 다시 물었죠.
“그래, 그것뿐인가. 다른 것은 또 없는가.”
그러자 젊은 스님은 발로 동그라미를 ‘쓱싹쓱싹’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절을 나가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입니다.
2
원불교 교당에는 ‘불상(佛像)’이 없습니다.
대신 교당의 벽에는 큼지막한 ‘동그라미’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일원상(一圓相)’이죠.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진리를 뜻하는 ‘동그라미’는 그냥 동그라미가 아니죠.
여기에는 테두리가 없습니다. 시간적 테두리도 없고, 공간적 테두리도 없습니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흐름도 없고, ‘이곳-저곳’이란 공간의 나뉨도 없죠.
그럼 무엇이 있을까요. 테두리조차 없는 동그라미, 그 하나만 온 우주에 꽉 차있을 뿐입니다.
젊은 스님이 그린 ‘동그라미’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장경 선사가 “그뿐이냐, 달리 무엇은 없느냐”라고 되묻자 젊은 스님은 동그라미를 지워 버렸죠.
실은 그 순간, ‘진짜 동그라미’가 드러난 겁니다. 살아 숨 쉬는 ‘부처’가 드러난 거죠.
그게 어디냐고요? 동그라미를 지운 곳에 ‘남은 곳’이죠.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이 세상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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