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로도 못 다는 무게
소동파가 당대의 큰스님이었던 승호(承皓) 스님을 찾았습니다.
승호 스님이 물었죠.
“그대의 존함은 무엇인가.”
소동파는 ‘저울 칭’자를 쓰며 답했죠.
“저는 ‘칭(秤)’가입니다.”
사실 중국에 ‘칭(秤)’이란 성씨는 없습니다.
잠시 후 소동파는 “세상의 내노라하는 도인들을 달아보는 저울입니다”라고 말했죠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승호 스님은 벼락같은 소리를 ‘버럭’ 질렀죠.
“하~알!”
깜짝 놀란 소동파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습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승호 스님이 물었죠.
“이 소리는 몇 근이나 되는가?”
천하의 소동파도 말문이 막히고 말았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동파는 이렇게 읊었다고 합니다.
“산색(山色)’은 그대로가 법신(法神)이고, 물소리는 그대로가 설법이다.”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소동파는 ‘내가 배운 것’과 ‘내가 아는 것’으로 상대의 무게를 쟀던 겁니다. 그런 저울은 상대도 ‘배움과 앎’으로 똘똘 뭉쳤을 때만 상대적인 무게를 따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승호 스님은 딴판이었죠. 배움을 넘은 자리, 앎을 여읜 자리에 서 있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무게가 없는 자리죠. 동시에 온 우주를 담은 무게이기도 합니다. 푸른 산, 흐르는 물, 날아가는 새, 묵묵한 소나무, 들녘에 핀 숱한 꽃들이 모두 ‘나’를 여읜 자리에 있으니까요. 나는 어떤 ‘저울’로 세상의 무게를 달고, 비교하고, 평하고, 상처까지 주고 받는지 늘 살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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