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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을 쌓는다고요?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1. 7. 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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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을 쌓는다고요?

 

중국의 도오 선사는 오랫동안 방문을 닫은 채 참선만 했죠.

아무도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만 빼고 말이죠.

바로 호떡 장사였습니다.

호떡 장사는 매일 호떡 10개를 도오 선사에게 공양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이면 도오 선사는 어김없이 호떡 하나를 되돌려 주었죠.

그러면서 “내가 그대에게 호떡 하나를 주어서 공덕을 쌓노라”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런 일이 몇 해나 계속됐죠.

하루는 호떡 장사가 물었습니다.

“아니, 스님. 이 호떡은 제가 드린 겁니다.

그런데 그걸 다시 주면서 어째 제가 아닌 스님께서 공덕을 쌓는다 하십니까.”

이에 도오 선사가 말했습니다.

“네가 가지고 온 것을 네게 돌려주는데 무엇이 잘못됐느냐.”

 

-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

 

*선의 세계에서 ‘인생’을 어떻게 볼까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죠. 짧디 짧은 꿈입니다. 깨고 나면 없는 존재죠.

그래서 선의 세상에서 삶은 ‘허(虛)’가 됩니다. 원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지고 볶는 이 삶 속에서, 지지고 볶는 마음으로 주는

호떡도 ‘허’가 되는 거죠. 호떡이 1000개든, 1만 개든 말이죠.
그런데 도오 선사의 자리는 다릅니다.

그는 허를 딛고 일어선 실(實)의 세계에 있는 거죠.

삶이 허임을 깨닫고, 그 너머의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꿈을 깬 ‘꿈 밖의 세상’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가 주는 호떡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이죠.

‘허’가 아니라 ‘실’인 거죠. 그게 호떡에 공덕이 있는 까닭입니다.
복잡한가요? 실은 간단합니다.

‘호떡을 줬다’하는 뿌듯함이 내 마음에 남으면 호떡은 ‘허’죠.

반면 ‘호떡을 줬다’하는 뿌듯함조차 없으면 호떡은 ‘실’이 되죠.

마음이 있으면 무공덕, 마음이 없으면 유공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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