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라톤 완주(完走)의 공식
마라톤 세계기록은 2008년 베를린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2시간3분59초다. 42.195㎞를 100m당 17초63씩에 쉬지 않고 달린 셈이다. 이런 속도면 보통 사람들에겐 전력 질주에 가깝다. 이렇게 달릴 수 있는 것은 지옥 같은 반복훈련의 결과다. 훈련 도중 속도가 처지면 코치가 뒤에서 차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싶다고 한다.
이봉주는 "고통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다. 선수도 이러니 아마추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기록은 고사하고 완주만 해도 대단한 것으로 친다.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도 완주가 어려운 데는 까닭이 있다. 레이스 후반에 '벽'에 부딪힌듯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통 10명 중 3~4명이 경험한다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달리기를 할 때 꼭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자동차 연료통에 기름을 꽉 채운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달리다 보면 탄수화물이 바닥나게 된다. 즉각 인체 시스템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소모하도록 바뀌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는 훨씬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운동 능력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서 저혈당과 어지럼증,탈수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위한 최적의 속도를 계산하는 공식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개설한 '헬스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벤저민 래포포트가 발표한 '마라톤 완주가 가능한 최적의 속도를 찾는 수학적 모델'이란 논문에서다. 원리는 개인의 최대산소섭취량과 몸무게를 감안해 결승점에 이르는 순간 남아 있는 포도당이 '0'이 되는 속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공식은 영문 웹사이트(endurancecalculator.com)에서 볼 수 있다.
예컨대 몸무게 70㎏,최대산소섭취량 55인 남자의 경우 시속 11.4㎞,3시간42분에 맞춰 뛰면 완주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단다. 성인의 최대산소섭취량은 보통 45~50,선수는 65~80 수준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복잡한 공식까지 들먹이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무리한 달리기로 몸 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니 참고할 만하겠다. 하긴 무리하면 해로운 것이 어디 마라톤뿐일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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