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남산의 마애불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엎어진 상태로 있던 마애불의 얼굴 모습이 공개되었다.
8세기 후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코를 비롯하여 이목구비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이다.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무게만 해도 70톤이다.
이 거대한 화강암이 쓰러진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마애불의 얼굴 모습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은 화강암의 나라이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이 산들의 대부분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국의 바위산에는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특히 경주 남산은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과, 불탑, 불상이 가장 많은 산이다.
해발 500미터도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화강암이다.
화강암 산은 광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지기(地氣)가 강하게 흐른다.
지기(地氣)가 강하면 종교적 영험도 비례하여 강해진다.
땅 기운이 혈관을 타고 들어와 인간의 뇌세포 어딘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기가 강한 곳에는 반드시 종교 시설물이 자리잡고 있는데,
경주 남산은 신라 1000년 동안의 불교유적이 총합(總合)된 곳이다.
남북 8km, 동서 4km 크기의 경주 남산은 산 전체가 불교유적지이다.
200여개의 불상과 탑, 그리고 절터만 150여 군데가 있다.
이 정도면 남산 자체를 ‘불교만다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그동안 답사해본 불교 유적지 가운데, 인상에 남는 곳이 3군데다.
그 중 하나는 미얀마의 ‘바간’이다.
사방 42km의 넓은 평원에 약 2500개의 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서 있다.
벽돌로 만든 이 탑들은 크기가 다양하다.
네모형도 있고, 원추형도 있는데,
나무만 듬성듬성 서 있는 대평원에서 석양 무렵에 고색창연한 탑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장엄과 엄숙을 느낀다.
시간이 정지해 있는 고요함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미얀마의 바간이다.
둔황(敦煌)의 석굴도 대단하다.
사막 위의 돌산에다가 700개가 넘는 굴을 파고, 그 속에다가 불화들을 그려 넣었다.
1000년의 세월이 여기에 투자되었다.
미얀마 바간이 ‘탑’이라고 한다면,
둔황은 ‘석굴벽화’이고,
경주 남산은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과 불상’이 압권이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에 포함시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유적지가 바로 남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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