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연을 하기 위해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청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안내를 받아 청사 1층 현관에 들어서는데, 다른 건물이나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왔다.
그 느낌을 표현한다면 ‘숙살지기(肅殺之氣)’에 가까웠다.
쌀쌀하면서도 사람을 누르는 팽팽한 압박감이라고나 할까.
부자가 사는 집을 들어가 보면 온화한 느낌이 많이 들고,
권력자의 집에 들어가 보면 찬 기운이 감지되는 법이다.
그동안 터가 세다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관공서들과 대기업체의 본관을 들어가 보았지만
대검찰청에 들어서면서 느낀 숙살지기와 같은 느낌은 받지 못하였던 것 같다.
이 숙살지기의 형성과정은 2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하나는 대검에 근무하는 검사들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검사와 의사는 모두 칼을 든 팔자가 많다.
칼을 들어야 환부(患部)를 도려내지 않겠는가.
다른 하나는 대검이 자리잡은 터 자체가 원래 센 터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이 2가지가 모두 합쳐진 경우일 수 있다.
검찰총장에게 이 ‘숙살지기’ 부분을 이야기해 보니까
원래 서초동 대검찰청 터는 공동묘지 자리였다고 한다.
풍수에서 공동묘지였던 자리는 금기시하는 터이다.
많은 사람이 죽었던 전쟁터나, 공동묘지, 또는 과거에 종교시설물이 있었던 자리는
일반 주택터로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면 밤에 숙면을 하지 못하거나, 마음이 불안하고,
시끄러운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주택이나 개인회사가 공동묘지 자리에 들어섰으면 시끄러운 일이 많아서
벌써 이사를 갔을 것이지만, ‘대검(大劍)’을 든 ‘대검(大檢)’이니까
그나마 이 터를 누르면서 살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이 터에 머물렀던 역대 검찰총장들도 평탄하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대검이 서초동으로 이사를 온 1995년 이후로
모두 6명의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나갔다.
물론 검찰총장 임기는 정치적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 터도 무시할 수는 없다.
센 터를 비보(裨補)하는 방책은 연못을 파고, 큰 바위를 세우는 방법이다.
연못은 지기(地氣)를 모으고, 큰 바위는 지기를 누르는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