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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사성과 무명선사의 선문답

글모음(writings)/토막이야기

by 굴재사람 2017. 2. 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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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사성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으로

열아홉에 장원급제해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되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한 고을을 다스리는 수장이 되었으니

자만심이 생겼고 자신도 모르게 방자하고 독선적인 성격으로 변해걌다.


그러던 어느 날, 맬사성은 학문과 덕망이 높기로 소문난 무명선사를 찾아갔다.

그런 분에게 인정을 받고 싶기도 하고 또 혈기 왕성하던 때라

그의 학문을 시험해 보고 싶은 객기도 있었음 직하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 수장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보오?"


무명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러자 맹사성이 거만하게 되물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이거늘,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하며

화를 내고 일어서려 하자 무명선사는 녹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맹사성은 못 이기는 척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그의 찻잔이 넘치도록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게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이 다 젖습니다!"


스님은 계속해서 태연하게 차를 따랐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 적시는 것을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맹사성은 얼굴이 화끈거려 정신없이 일어났다.

도망치듯 나가려다 그만 문틀에 이마를 부딪치고 말았다.

머리가 아파 쩔쩔매고 있는데 등 뒤에서 스님이 나지막이 말을 거넸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

우리가 돌덩이에 불과한 불상에 몸을 숙이는 것도 세상을 겸손하게 살아가기 위함이라오."


맹사성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호를 '고불(古佛)'이라고 고치고 그 이후로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로써 대하며 청렴한 삶을 살았다 한다.



- 이동미 <교과서 속 인물여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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