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다.
어느 겨울날 청년은 장에 나귀를 팔러 나갔다.
나귀를 끌고 강을 건너던 청년이 강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크게 났고,
금방이라도 얼음이 내려앉를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해졌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옮겼다.
청년은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긴장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무아미타불을 중얼거리며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고 나서 긴장이 풀리자
청년은 무의식적으로 부처에게 무사하기를 빌었음을 깨달았다.
강을 건너며 염불을 외던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본 것 같아 창피했던 청년은
"제기랄! 나무아미타불은 뭐 말라죽은 나무아미타불이야!"하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장으로 막 출발하려는 순간 청년은
나귀의 고삐를 잡았던 손이 허전함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나귀가 강 한가운데 서 있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나귀의 고삐를 놓고
혼자 염불을 외며 강을 건넌 것이다.
청년은 하는 수 없이 다시 걸어온 발자국을 따라 강 한가운데로 갔다.
그런데 나귀의 고삐를 잡고 다시 강을 건너려고 하자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더 크게 나는 것 같았다.
초주검이 된 청년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도로 나무아니타물, 도로 나무아미타불....."
- 김진섭의 <이야기 우리문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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