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소불(丹霞燒佛)
당나라 때 등주에 있던 단하스님의 이야기다.
그 스님이 어느 날 낙동에 있는 혜림사에 당도했는데,
때는 엄동설한인지라 몹시 추웠다.
단하스님이 법당에 들어가 보니 나무로 깎은 부처님이 한 분 모셔져 있었다.
단하스님은 나무로 깎은 불상을 들고 나와 도끼로 쪼개어 아궁이에 넣고 불을 피웠다.
이를 본 혜림사 원주스님이 단하스님을 크게 꾸짖었다.
부처님의 제자라는 자가 어찌 성스러운 불상을 쪼개 불을 피울 수 있느냐는 호통이었다.
이때 단하스님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듣자 하니, 석가모니 부처불의 육신을 다비하여 수많은 사리를 얻었다기에 나도 이 불상을 태워 사리를 얻을까 하오."
그러자 원주스님은 기가 막혀 이렇게 힐난하였다.
"여보시오, 세상에 목불에서 어떻게 사리가 나온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단하스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사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나무토막이지 무슨 부처님이란 말이오? 나머지 불상마저 태워버릴까부다."
단하스님의 꾸지람을 들은 원주스님의 두 눈썹이 저절로 빠졌다고 전해진다.
- <전등록(傳燈錄> 열네 권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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