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시습(金時習) 시집 3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11. 20. 20:20

본문

 

무양사와병(無量寺臥病)-김시습(金時習)

무량사에서 병으로 누워-김시습(金時習)

春雨浪浪三二月(춘우낭낭삼이월) : 봄비 낭랑한 이월과 삼월에

扶持暴病起禪房(부지폭병기선방) : 병 든 몸, 선방에서 일으켜 앉는다.

向生欲問西來意(향생욕문서래의) : 서쪽서 달마대사 온 까닭 묻고 싶으나

却恐他僧作擧揚(각공타승작거양) : 다른 중들이 부산떨까 두려워 진다.

 

 

 

원각사낙성회(圓覺寺落成會)-김시습(金時習)

원각사 낙성회-김시습(金時習)

給園初敝市街前(급원초폐시가전) : 도시에 버려졌던 급원 절터가
聖曆鴻圖萬萬年(성력홍도만만년) : 성군의 큰 생각에 만년 가게 되었구나
毳服圓顱逢竺日(취복원로봉축일) : 솜옷에 둥근 머리, 부처 만나는 날
緇巾曲領頌堯天(치건곡령송요천) : 치건에 도포 입으니 요순시대 송축한다
香煙裊裊隨龍駕(향연뇨뇨수룡가) : 향불연기는 임금수레 따라 너울거리고
瑞氣緜緜繞佛邊(서기면면요불변) : 상서로운 기운이 불상을 감싸는구나.
誰信逸民參盛會(수신일민참성회) : 평범한 백성이 성대한 모임에 참여하다니
五雲朶裏喜周旋(오운타리희주선) : 오색구름 꽃 속에 돌아다님이 즐겁구나

 

 

 

신역연경(新譯蓮經)-김시습(金時習)

새로 번역한 연화경-김시습(金時習)

蓮經譯自九重深(연경역자구중심) : <연화경> 번역을 구중 깊은 곳에서 하니

一句頻迦出衆禽(일구빈가출중금) : 한 구절의 빈가가 뭇 새 울음보다 뛰어나다.

梵筴到秦言尙澁(범협도진언상삽) : 범어 서적이 중국에 이르렀으나 언어가 난삽하고

華言自什趣難尋(화언자십취난심) : <구마라습>이 중국어로 번역했으나 취지 찾기 어려웠다

琅琅諦語昭雲漢(랑랑체어소운한) : 옥 같은 진리의 말은 은하처럼 밝고


歷歷眞詮演妙音(역력진전연묘음) : 역력한 참된 저울은 오묘한 음을 번역하였다.

觀彼漢唐飜解迹(관피한당번해적) : 한나라 당나라의 번역한 자취를 보니

奘蘭能似我王心(장란능사아왕심) : <현장>과 <등란>이 어찌 우리 임금님 마음과 같으리오.

 

 

순금주상(純金鑄像)-김시습(金時習)

순금 불상-김시습(金時習)

麗水蛟龍吐沴氣(려수교룡토려기) : 여수의 교룡이 요기를 내뿜고

南蠻瘴霧亦可畏(남만장무역가외) : 남만의 독 안개도 두렵도다

觸熱淘沙一萬鈞(촉열도사일만균) : 볕을 무릅쓰고 일만 근 모래 일어

往往數粒逢可貴(왕왕수립봉가귀) : 어쩌다 얻은 몇 알이 귀하기도 하여라

可畏可愕幾番遭(가외가악기번조) : 두렵고 놀라운 일 몇 번이나 겼었던가

入冶百練輸萬費(입야백련수만비) : 일백 번 단련하려 만금을 쏟아서

入貢帝庭便成珍(입공제정변성진) : 천자에게 올려서 보물이 되었도다.

幾年鑿破民腸胃(기년착파민장위) : 몇 년이나 백성의 내장을 쪼개었던가

數錠鑄出半尺許(수정주출반척허) : 몇 덩이를 녹여서 겨우 반 자 크기

面目過眞如幻語(면목과진여환어) : 참 모습보다 낫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

我王置之百寶臺(아왕치지백보대) : 우리 임금이 백보대에 안치하시고

朝朝暮暮撞鐘鉏(조조모모당종서) : 아침저녁 종을 치며 주문을 읽는구나

壽國富民風雨序(수국부민풍우서) : 길이 백성 넉넉하고 비바람 순조로워

四海安妥爲屳洲(사해안타위선주) : 온 세상 태평하여 신선 나라 되게 하소서.


一軀至小所係巨(일구지소소계거) : 비록 작은 몸뚱이지나 관계됨 매우 크니

頗可勞民蘇息不(파가로민소식불) : 자못 백성들 위로하여 살려 줄 것인가

 

 

 

무쟁비(無諍碑)-김시습(金時習)

무쟁비-김시습(金時習)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했나

新羅異僧元旭氏(신라이승원욱씨) : 신라 이승 원욱이

剔髮行道新羅市(척발행도신라시) : 머리 깎고 신라 저자에 도를 행한 것을.

入唐學法返桑梓(입당학법반상재) : 당에 가서 불법 배워 고국으로 돌아와

混同緇白行閭里(혼동치백행여리) : 절과 세상을 넘나들며 민간에 행하여

街童巷婦得容易(가동항부득용이) : 거리 아동과 아녀자도 쉽게 깨우치니

指云誰家誰氏子(지운수가수씨자) : 그를 두고 아무개 집 아무개라 가리킬 정도였어라

然而密行大無常(연이밀행대무상) : 그러나 큰 무상의 도를 가만히 행하여

騎牛演法解宗旨(기우연법해종지) : 소타고 법을 펴서 불교의 진리를 풀이하니

諸經疏抄盈巾箱(제경소초영건상) : 불경의 풀이 글이 책 상자에 가득해

後人見之爭仰企(후인견지쟁앙기) : 후인들이 보고서 다투어 따랐도다

追封國師名無諍(추봉국사명무쟁) : 국사로 뒤늦게 <부쟁>이라 시호 내려 하여

勒彼貞珉頗稱美(륵피정민파칭미) : 곧은 돌에 새겨 칭송하였도다.

碣上金屑光燐燐(갈상금설광린린) : 비갈 위 금가루는 광채가 찬란하고

法畵好辭亦可喜(법화호사역가희) : 불화와 문장도 역시 좋도다.


我曹亦是善幻徒(아조역시선환도) : 우리도 환어를 잘하는 무리라서

其於幻語商略矣(기어환어상략의) : 환어에 대하여는 대략 아노라.

但我好古負手讀(단아호고부수독) : 다만 나는 옛 도를 좋아해 뒤서고 읽을 뿐이라

吁嗟不見西來士(우차불견서래사) : 아아, 서쪽서 오신 부처님 보지는 못하는구나


 

산행즉사(山行卽事)-김시습(金時習)

산길을 가다가-김시습(金時習)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 울 고치고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개울 봄물에는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푸른 산도 다한 곳, 갈 길도 먼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붉은 등나무 지팡이 메고 걸어가노라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김시습(金時習)

정숙이 찾아온 것이 기뻐서-김시습(金時習)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심방(尋訪)-김시습(金時習)

친구를 찾아서-김시습(金時習)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기우4(寄友4)-김시습(金時習)

친구에게-김시습(金時習)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쪽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만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둥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기우3(寄友3)-김시습(金時習)

친구에게-김시습(金時習)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2(寄友2)-김시습(金時習)

친구에게-김시습(金時習)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1(寄友1)-김시습(金時習)

친구에게-김시습(金時習)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촌등(村燈)-김시습(金時習)

시골의 등잔불-김시습(金時習)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설효3(雪曉3)-김시습(金時習)

눈 내린 새벽에-김시습(金時習)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서금오신화후2(書金鰲新話後2)-김시습(金時習)

금오신화를 적은 후-김시습(金時習)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서금오신화후1(書金鰲新話後1)-김시습(金時習)

금오신화를 적은 후-김시습(金時習)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무제4(無題4)-김시습(金時習)

무제-김시습(金時習)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무제3(無題3)-김시습(金時習)

무제-김시습(金時習)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2(無題2)-김시습(金時習)

무제-김시습(金時習)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수락산성전암(水落山聖殿庵)-김시습(金時習)

수락산 성전암-김시습(金時習)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주경(晝景)-김시습(金時習)

낮 경치-김시습(金時習)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소우(小雨)-김시습(金時習)

보슬비-김시습(金時習)

天街小雨灑紛紛(천가소우쇄분분) : 서울 거리에 보슬비 분분히 뿌려

半作靑煙半作雲(반작청연반작운) : 반은 푸른 안개 반은 구름이 되는구나

獨掩柴關人正靜(독엄시관인정정) : 혼자 사립문 닫으니 인적은 드물고

一聲泥滑隔山聞(일성니골격산문) : 진흙덩이 미끄러지는 소리 산 건너 들려온다

 

 

장지(壯志)-김시습(金時習)

대장부 마음-김시습(金時習)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서민(敍悶)-김시습(金時習)

내 마음-김시습(金時習)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渭川漁釣圖(위천어조도)-金時習(김시습)

위천에서 고기잡는 그림-金時習(김시습)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渤海(발해)-金時習(김시습)

발해-金時習(김시습)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俯仰(부앙)-金時習(김시습)

내려보고 올려보며-金時習(김시습)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閑寂(한적)-金時習(김시습)

한가로워-金時習(김시습)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地僻(지벽)-金時習(김시습)

땅이 구석져서-金時習(김시습)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登昭陽亭(등소양정)-金時習(김시습)

소양정에 올라서-金時習(김시습)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古柳(고류)-金時習(김시습)

오래된 버들-金時習(김시습)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樓(등루)-金時習(김시습)

누대에 오르며-金時習(김시습)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蓮經讚(연경찬)-金時習(김시습)

연경 찬송-金時習(김시습)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我生(아생)-金時習(김시습)

나의 삶-金時習(김시습)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訪隱者2(방은자2)-金時習(김시습)

은자를 찾아서-金時習(김시습)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訪隱者1(방은자1)-金時習(김시습)

은자를 찾아서-金時習(김시습)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薄暮2(박모2)-金時習(김시습)

해질녘에-金時習(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薄暮1(박모1)-金時習(김시습)

해질녘에-金時習(김시습)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曉意(효의)-金時習(김시습)

새벽의 마음-金時習(김시습)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晝意(주의)-金時習(김시습)

낮 뜻-金時習(김시습)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卽事(즉사)-金時習(김시습)

즉사-金時習(김시습)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野鳥(야조)-金時習(김시습)

들 새-金時習(김시습)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煮茶2(자다2)-金時習(김시습)

차를 다리며-金時習(김시습)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설효2(雪曉2)-김시습(金時習)

눈 내린 새벽에-김시습(金時習)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1(雪曉1)-김시습(金時習)

눈 내린 새벽에-김시습(金時習)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우중서회(雨中書懷)-김시습(金時習)

비는 내리는데-김시습(金時習)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수파령(水波嶺)-김시습(金時習)

수파령에서-김시습(金時習)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춘유산사(春遊山寺)-김시습(金時習)

봄날 산사를 다니며-김시습(金時習)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제소림암(題小林菴)-김시습(金時習)

소림암에 쓰다-김시습(金時習)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유거(幽居)-김시습(金時習)

그윽한 땅에 살며-김시습(金時習)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산거(山居)-김시습(金時習)

산에 살며-김시습(金時習)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비는 내리는데 속은 답답해서-김시습(金時習)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소우(疏雨)-김시습(金時習)

가랑비-김시습(金時習)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구우(久雨)-김시습(金時習)

궂은 비-김시습(金時習)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2)-김시습(金時習)

한 가을밤 초승달-김시습(金時習)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1)-김시습(金時習)

한 가을밤 초승달-김시습(金時習)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월야(月夜)-김시습(金時習)

달밤-김시습(金時習)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월야우제(月夜偶題)-김시습(金時習)

달밤에 우연히 짓다-김시습(金時習)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주의(晝意)-김시습(金時習)

한낮에 생각난 것-김시습(金時習)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야심(夜深)-김시습(金時習)

밤은 깊어가는데-김시습(金時習)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월야독보정중(月夜獨步庭中)-김시습(金時習)

달밤에 홀로 뜰을 거닐며-김시습(金時習)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월색(月色)-김시습(金時習)

달빛-김시습(金時習)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정야(靜夜)-김시습(金時習)

고요한 밤에-김시습(金時習)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몽중작(夢中作)-김시습(金時習)

꿈속에서 짓다-김시습(金時習)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우청(雨晴)-김시습(金時習)

비가 개다-김시습(金時習)

濃雲簇簇展西東(농운족족전서동) : 짙은 구름 뭉게뭉게 서쪽과 동쪽에서 피어오르고

檉葉初飜昨夜風(정엽초번작야풍) : 버들 잎새는 어젯밤 바람에 처음으로 펄럭이는구나

十里江山明似畵(십리강산명사화) : 십리 기나긴 강과 산은 그림 같이 밝은데

一雙白鷺下靑空(일쌍백로하청공) : 한 쌍의 백로가 푸른 창공을 내려오는구나


 

소우(小雨)-김시습(金時習)

보슬비-김시습(金時習)

天街小雨洒紛紛(천가소우쇄분분) : 하늘 거리에 보슬비 흩뿌리니

半作淸煙半作雲(반작청연반작운) : 반은 맑은 안개되고 반은 구름이 되는구나

獨掩柴關人正靜(독엄시관인정정) : 홀로 사립문 닫고 있으니 인적은 고요한데

一聲泥滑隔山聞(일성니활격산문) : 진흙 미끄러지는 한 소리가 산 넘어서 들린다


 

설복노화(雪覆蘆花)-김시습(金時習)

눈은 갈대꽃을 덮고-김시습(金時習)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설야(雪夜)-김시습(金時習)

눈 오는 밤에-김시습(金時習)

紛紛飛雪洒寒簷(분분비설쇄한첨) : 펄펄 날리는 눈은 차가운 처마에 내리고

月色薰窓映細簾(월색훈창영세렴) : 은은한 창가의 달빛은 가는 발을 비추는구나

地爐火燒炕子暖(지로화소항자난) : 땅 화로에 불을 지피니 구들은 따뜻하고

擁衾高臥意懕懕(옹금고와의염염) : 이불 두르고 높이 누우니 마음은 편안하도다

 

 

희청(喜晴)-김시습(金時習)

날 갠 것이 기뻐서-김시습(金時習)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해월(海月)-김시습(金時習)

바다의 달-김시습(金時習)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영운(嶺雲)-김시습(金時習)

고갯머리 구름-김시습(金時習)

嶺雲吹作雨(영운취작우) : 고갯구름 불어와 비 내리고
朝露點成珠(조로점성주) : 아침이슬 맺히어 구슬같구나
疾後知身健(질후지신건) : 병이 낫은 뒤에야 몸 건강한 것 알았듯이
貧來認我愚(빈래인아우) : 가난하게 되어서야 나의 어리석음 알겠네
殘年唯藥物(잔년유약물) : 늙어가는 나이에는 오직 약물 뿐
永日愛枯梧(영일애고오) : 영원히 오동나무를 좋아하리라
漸覺衰遲甚(점각쇠지심) : 늙고 어둔해짐이 심해짐을 점점 느끼나
靑山不負吾(청산불부오) : 청산은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조운(朝雲)-김시습(金時習)

아침 구름-김시습(金時習)

朝雲不卷碧山堆(조운불권벽산퇴) : 아침 구름 푸른 산봉우리에서 걷히지 않아

珠露溥溥一逕苔(주로부부일경태) : 이슬은 방울방울 빛나고 좁은 길에 이끼가 가득하네

點綴花腮嬌未了(점철화시교미료) : 서로 붙은 꽃잎은 교태가 아직 다하지 않아

依稀初日射庭槐(의희초일사정괴) : 어둑한 새벽, 떠 오르는 해는 뜰 홰나무로 비춰드네

 

 

관소(灌蔬)-김시습(金時習)

채소에 물을 주며-김시습(金時習)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煮茶1(자다1)-金時習(김시습)

차를 다리며-金時習(김시습)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食粥(식죽)-金時習(김시습)

죽을 먹으며-金時習(김시습)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目羞(목수)-金時習(김시습)

눈이 부끄러워-金時習(김시습)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晩意(만의)-金時習(김시습)

날은 저무는데-金時習(김시습)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感懷(감회)-金時習(김시습)

감회-金時習(김시습)

事事不如意(사사불여의)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수변취복성) : 시름 속에 취하여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일신여과조)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백계사부평) : 많았던 내 계획 부평초 신세
經史莫饜腹(경사막염복) : 경서와 사서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명예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유사고침수)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아나 하며
賡載夢虞庭(갱재몽우정) : 꿈속에서 순임금 만나 화답해보리라


 

新漲(신창)-金時習(김시습)

새로 물 불어나-金時習(김시습)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還山(환산)-金時習(김시습)

산으로 돌아와-金時習(김시습)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途中卽事(도중즉사)-金時習(김시습)

도중에의 일 -金時習(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蘆原卽事(노원즉사)-金時習(김시습)

노원에 생긴 일-金時習(김시습)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無題1(무제1)-金時習(김시습)

무제-金時習(김시습)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落葉(낙엽)-金時習(김시습)

낙엽-金時習(김시습)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사청사우(乍晴乍雨)-김시습(金時習;1435-1493)

개었다가 다시 또 비 내리네-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유객(有客)-김시습(金時習;1435-1493)

나그네-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도중(途中) - 김시습 (, 1435년 ~ 1493년)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고홍낙일외)
(정마정주저)

 

맥국()에 첫눈이 날리니
춘성()의 나뭇잎은 성글어지네.
가을이 깊어지니 시골마을에 술은 있는데
나그네로 떠돈 지 오래니 생선 맛은 못 보겠네.
산이 멀리 물러나니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강물은 아득히 흘러가니 허공에 닿았어라.
외로운 기러기는 지는 해 너머로 날아가고

'글모음(writings) > 한시(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 정약용(丁若鏞)  (0) 2016.04.18
우리나라 漢詩   (0) 2015.12.03
김시습(金時習) 시집 2  (0) 2015.11.19
김시습(金時習) 시집 1  (0) 2015.11.17
漢詩散策   (0) 2015.09.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