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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金時習) 시집 1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11. 1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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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우견방(喜友見訪)-김시습(金時習)

친구의 방문을 기뻐하여-김시습(金時習)

客裏無人弔(객리무인조) : 객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
柴扉盡日關(시비진일관) : 사립문을 종일토록 닫아둔다.
無心看世事(무심간세사) : 무심코 세상 일 보다가
有淚憶雲山(유루억운산) : 눈물지어 구름에 잠긴 산을 생각한다.
故舊成疏闊(고구성소활) : 옛 친구는 소탈함을 이루었는데
親朋絶往還(친붕절왕환) : 친한 친구들 왕래함을 끊어버렸다.
喜君留半日(희군류반일) : 그대 찾아와 한나절 머물러주니
相對一開顏(상대일개안) : 마주보고 서로 얼굴빛 한번 펴본다.

 

 

증숙천부사(贈肅川府使)-김시습(金時習)

숙천 부사에게 드리다-김시습(金時習)

美政淸於水(미정청어수) : 정사는 불보다 밝으시고
威儀重似山(위의중사산) : 위엄은 태산처럼 무겁습니다.
三年宣聖化(삼년선성화) : 삼년 교화를 펴고 나니
一邑剔民姦(일읍척민간) : 고을 백성의 간악을 척결했습니다.
喬木城池古(교목성지고) : 교목이 서있어 성지가 오래되고
甘棠訟獄閑(감당송옥한) : 팥배나무 그늘 밑에는 송사가 한가합니다.
豚魚恩澤厚(돈어은택후) :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은택이 두터워
外戶不曾關(외호불증관) : 바깥 문을 언제나 닫지 았었답니다

 

 

상사가정(上四佳亭)-김시습(金時習)

사가정에게 올리다-김시습(金時習)

窯原春草綠如茵(요원춘초록여인) : 요원의 봄 풀은 방석처럼 푸른데

得句池塘想轉新(득구지당상전신) : 못가에서 시 얻으니 생각 더욱 새로워라.

山舍蕭條寒食近(산사소조한식근) : 산속 집이 쓸쓸하니 한식이 가까운데

杏枝風緊眼初勻(행지풍긴안초균) : 살구 가지에 바람 얽혀 두루 첫눈 트는구나.

 

 

월야문자규1(月夜聞子規1)-김시습(金時習)

달밤에 두견새 울음 듣고서-김시습(金時習)

東山月上杜鵑啼(동산월상두견제) : 동산에 달 뜨자 두견새 우는데

徙倚南軒意轉悽(사의남헌의전처) : 남쪽 마루로 옲겨 앉자 마음 도리어 처량하다.

爾道不如歸去好(이도불여귀거호) : 돌아가는 좋음만 못하다 너는 말하지만

蜀天何處水雲迷(촉천하처수운미) : 촉나라 하늘이 어디인가 물과 구름 아득하다.

 

 

월야문자규2(月夜聞子規2)-김시습(金時習)

달밤에 두견새 울음 듣고서-김시습(金時習)

歸去春山幾度聞(귀거춘산기도문) : 봄산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나

春山處處結愁雲(춘산처처결수운) : 봄산 가는 곳마다 근스런 구름 뭉쳐 있어라.

不知何許蠶叢路(불지하허잠총로) : 잠총 찾아 가는 길이 어딘지 모르지만

還有思君不見君(환유사군불견군) : 그대 생각하고 못본 사람 아직도 있었던가.

 

 

금조향영목이수명(禽鳥向榮木以隨鳴)-김시습(金時習)

새들은 무성한 나무를 향해 따라 운다-김시습(金時習)

洞口百禽號(동구백금호) : 동구 밖에 온갖 새들 노래하데
洞裏無鳥聲(동리무조성) : 동네 안에 새 우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樹木漸向榮(수목점향영) : 나무들 점차 우거져가니
漸入高峯鳴(점입고봉명) : 조금씩 높은 산에 들어 우는구나.
百舌語千般(백설어천반) : 지빠귀는 천 가지 일을 말 하는데
杜宇呼自名(두우호자명) : 두견새는 한결같이 제 이름만 부른다.
一一叫年光(일일규년광) : 하나하나 목매게 세월을 불러대어
催換令人老(최환령인노) : 철 바뀜 재촉하여 사람을 늙게 한다.
韶華倏以變(소화숙이변) : 아름답던 봄철이 훌쩍 바뀌면
幾人生懊惱(기인생오뇌) : 몇 사람이나 근심 걱정 생길까.
懊惱勿復道(오뇌물부도) : 근심이나 걱정일랑 다시는 말 말고
宜修超世道(의수초세도) : 세상 일을 초탈할 도를 닦아야 하리라.

 

 

시구(鳲鳩)-김시습(金時習)

뻐꾹새-김시습(金時習)

均呼七子綠陰叢(균호칠자록음총) : 푸른 그늘 수풀속에 일곱 자식 두루 부르고

麥熟梅肥五月中(맥숙매비오월중) : 보리 익어가고 매실도 살찌는 오월 중순이어라.

叫斷年光渾不識(규단년광혼불식) : 가는 세월 부르짖어 끊으려다 알지도 못한 채

隴頭桑葚已殷紅(농두상심이은홍) : 언덕 위에는 벌써 뽕나무 오디가 검붉게 익어라.


 

 

자규(子規)-김시습(金時習)

두견새-김시습(金時習)

千疊峯頭月欲低(천첩봉두월욕저) : 첩첩이 산봉우리에 달이 지려하는데

聲聲偏向耳邊啼(성성편향이변제) : 소리소리 한편에서 귓가로 들리어온다.

不如歸去將何去(불여귀거장하거) : 돌아감만 못하다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故國天遙只在西(고국천요지재서) : 고국 하늘 아득하나 마음은 서쪽에 있다.

 

 

자오제(慈烏啼)-김시습(金時習)

어미 까마귀 울음-김시습(金時習)

啞啞枝上吐哀音(아아지상토애음) : 까악까악 가지 위에서 슬픈 소리 토하더니

飛遶荒城楓樹林(비요황성풍수림) : 거친 성곽을 날아돌다 단풍 숲으로 들어간다.

莫向綠窓啼更苦(막향록창제갱고) : 푸른 창 향하여 울어 더욱 괴롭게 하지 말라

五更殘夢正關心(오갱잔몽정관심) : 새벽 시간 남은 꿈속 일에 정말 마음 쓰인다.

 

 

암두(巖竇)-김시습(金時習)

바윗굴-김시습(金時習)

煙生巖竇深(연생암두심) : 연기 나는 바윗굴 깊기도 한데
禪榻護檉林(선탑호정림) : 참선하는 걸상 호위하는 위성버들 숲.
不許俗塵雜(부허속진잡) : 티끌 세상에 섞이는 것 허락지 않아
多爲猿鳥尋(다위원조심) : 대개는 잔나비와 산새 찾게 된다.
苔侵一逕細(태침일경세) : 이끼가 침범해 길은 온통 좁아지고
雲擁半山陰(운옹반산음) : 구름이 가리워 산의 절반이 그늘진다.
誰識有嘉遯(수식유가둔) : 도 지켜 숨어 삶을 그 누가 알랴
已忘生滅心(이망생멸심) : 생과 멸을 생각하는 마음 벌써 잊었다.

 

 

경락교거기사기사가정(京洛僑居記事寄四佳亭)-김시습(金時習)

서울에 살던 일을 사가정에게 부치다-김시습(金時習)

僑居無一事(교거무일사) : 교거하니 한 가지 일도 없었는데
寄傲北窓涼(기오북창량) : 거만히 붙어사니 북창이 서늘하였다오.
隔壁人聲鬧(격벽인성료) : 벽 밖에선 사람 소리 시끄러운데
傍簷蛛網長(방첨주망장) : 처마 곁 거미줄은 길기만 하였다오.
詩情閑裏好(시정한리호) : 시정은 한가한 때 좋으며
客夢靜中忙(객몽정중망) : 나그네 꿈은 고요한 때 한가하였소.
永日垂簾坐(영일수렴좌) : 긴 하루 발 내리고 앉았으니
莓苔染短墻(매태염단장) : 이끼마저 낮은 담장을 물들였다오.

 

 

수산정1(修山亭1)-김시습(金時習)

산 속 정자를 수리하고-김시습(金時習)

最愛玆亭好(최애자정호) : 이 정자의 좋음을 가장 사랑하니
靑山映小簷(청산영소첨) : 청산이 작은 처마에 비치어 온다네.
經行雲去遠(경행운거원) : 길을 걸으니 구름은 멀어져가고
穩坐鳥來覘(온좌조래첨) : 조용히 앉으니 새가 다가와서 보네.
花草年年長(화초년년장) : 화초는 해마다 자라나고
風光歲歲添(풍광세세첨) : 광풍은 해마다 더해만 가네.
誅茅更修葺(주모갱수즙) : 띠를 떠서 다시 수리를 하니
幽境最淸恬(유경최청념) : 그윽한 경지 가장 맑고 편안하네.

 

 

수산정2(修山亭2)-김시습(金時習)

산 속 정자를 수리하고-김시습(金時習)

水石淸奇處(수석청기처) : 물과 돌이 맑고도 기이한 곳에
山亭愜野情(산정협야정) : 산 속 정자가 야인의 마음에 흡족하다.
鳥歸庭有跡(조귀정유적) : 새들이 돌아가 뜰에는 자취만 남고
花落樹無聲(화낙수무성) : 꽃이 떨어져도 나무에는 아무 소리 없다.
遊蟻緣階上(유의연계상) : 노는 개미 섬돌 따라 올라가고
飛蝗趯草行(비황적초행) : 나는 메뚜기 풀에서 뛰어 다닌다.
興來看物化(흥래간물화) : 흥이 나서 만물의 조화 보니
頓覺脫塵纓(돈각탈진영) : 티끌 묻은 갓끈 벗은 줄을 문득 깨닫는다.

 

 

수산정3(修山亭3)-김시습(金時習)

산 속 정자를 수리하고-김시습(金時習)

列岫千層碧(열수천층벽) : 늘어선 산은 천층이나 푸르러 있고
長江一帶明(장강일대명) : 긴 강은 한 줄기 띠처럼 선명하구나.
自與人世遠(자여인세원) : 스스로 인간 세상과 멀리 한 것은
非愛嶺猿盟(비애령원맹) : 산과 잔나비와 약속 때문이 아니어라.
小徑緣松曲(소경연송곡) : 좁은 길은 소나무로 구불구불하고
荒階與草平(황계여초평) : 거친 층계는 풀과 평평하여라.
此生須得意(차생수득의) : 이 평생에 모름지지 득의해야 하거니
無物不風情(무물불풍정) : 정이 묻어나지 않는 물건 하나 없어라.

 

 

중등백상루(重登百祥樓)-김시습(金時習)

백상루에 다시 올라-김시습(金時習)

重過此地無窮思(중과차지무궁사) : 다시 이 땅 지나니 떠오르는 생각 끝없고
一望平原送落暉(일망평원송낙휘) : 멀리 보이는 평원에 지는 해를 보낸다.
薩水故城殘靄散(살수고성잔애산) : 살수 옛 성터에는 남은 아지랑이 흩어지고
晴川秋樹暮煙歸(청천추수모연귀) : 청천강 가을 나무에는 저문 연기 돌아간다.
空濠荒草埋翁仲(공호황초매옹중) : 빈 못에 거친 풀은 옹중을 묻었는데
華表凝雲語令威(화표응운어령위) : 화표주는 구름에 엉겨 영위를 말하는구나.
獨倚畫欄無與語(독의화란무여어) : 그림 난간에 홀로 기대어 이야기 나룰 사람 없는데
白鷗依舊向人飛(백구의구향인비) : 흰 갈매기만 예처럼 사람을 보고 날아든다.

 

 

운주루(運籌樓)-김시습(金時習)

운주루-김시습(金時習)

却敵奇謀樽俎間(각적기모준조간) : 적 물리치는 기묘한 작전 술잔치에 있고
熊羆帳外列成班(웅비장외열성반) : 곰 같은 용맹한 것들이 장막 밖에 열지어 있다.
山城風勁琱弓健(산성풍경조궁건) : 산성에 바람 거세나 옥으로 새긴 활이 튼튼하고
海國煙消白馬閒(해국연소백마한) : 바다에 안개 사라지니 백마도 한가롭다
車騎燕然初勒石(거기연연초늑석) : 거기 장군은 연연산에 처음 돌에 새겼고
伏波交趾已征蠻(복파교지이정만) : 복파 장군은 교지에서 이미 오랑캐 정벌했다
運籌壯策人如問(운주장책인여문) : 계획을 썻던 큰 책략을 사람이 묻는다면
刀斗收聲門不關(도두수성문불관) : 조두는 소리 없고 관문도 닫지 않았다 하라.

 

 

등벽란도루(登碧瀾渡樓)-김시습(金時習)

벽란도 누대에 올라-김시습(金時習)

碧瀾之水碧如油(벽란지수벽여유) : 벽란도 물 푸르기 기름 같은데
漾漾溶溶雈葦秋(양양용용추위추) : 넘실거리며 출렁이며 갈대 핀 가을을 흐른다.
白鷗慣人不飛去(백구관인불비거) : 백구는 사람들과 낮이 익어 날라가지도 않고
綠荇隨水相飄浮(록행수수상표부) : 푸른 마름은 물따라 서로 밀려 떠 다닌다.
何處一聲漁笛遠(하처일성어적원) : 어디인가, 한 마디 고기잡이 피리 소리 아득한데
誰家十里炊煙浮(수가십리취연부) : 뉘 집에선가 십리 장대 밥짓는 연기 자욱하다.
波寒日暮不能渡(파한일모불능도) : 물결 차고 날 저물어 건너지 못하고
繫纜獨倚江邊樓(계람독의강변루) : 닻줄 매어두고 홀로 강가의 다락에 기대어섰다.

 

 

야숙강루(夜宿江樓)-김시습(金時習)

밤에 강가 누각에 묵다-김시습(金時習)

淸江秋月白(청강추월백) : 맑은 강에 가을달 하얗게 밝은데
浪打古城頭(랑타고성두) : 물결이 옛 성 머리를 철썩철썩 친다.
遠浦漁燈迥(원포어등형) : 먼 갯포구에 고기잡이 등불 아득하고
滄波蜃氣浮(창파신기부) : 푸른 물결에 신기루 떠 있다.
蘋洲風力緊(빈주풍력긴) : 마름 뜬 모래톱엔 바람이 급하고
沙磧雁聲愁(사적안성수) : 자갈밭엔 기러기 울음소리 시름겨워라.
一夜逢僧話(일야봉승화) : 하룻밤 중을 만나 이야기하는데
團欒敍舊遊(단란서구유) : 그 옛날 놀던 일 단란하게 이야기 한다.

 

 

등대동루(登大同樓)-김시습(金時習)

대동루에 올라-김시습(金時習)

大同波上大同樓(대동파상대동루) : 대동강 물결 위에 솟은 대동루에
無限雲山散不收(무한운산산불수) : 끊없이 흩어진 운산을 거두지 않는다.
楓落浿江秋水冷(풍락패강추수랭) : 패강엔 단풍 떨어져 가을 물 싸늘하고
霜淸箕堞暮煙浮(상청기첩모연부) : 기자 성터엔 서리 맑아 저문 연기 떠돈다.
白鷗洲畔月千里(백구주반월천리) : 백구 모랫섬에는 달빛 뻗쳐 천리인데
黃葦渡頭風滿舟(황위도두풍만주) : 황위도 나룻머리에는 배에 바람 가득하다.
因憶昔年興廢事(인억석년흥폐사) : 때마침 옛 세월의 흥망을 생각하며
登高一望思悠悠(등고일망사유유) : 높은 데 올라 둘려보니 생각이 아득하여라.

 

 

제원루1(題院樓1)-김시습(金時習)

원루에 쓰다-김시습(金時習)

玉山東畔淸風院(옥산동반청풍원) : 옥산 동쪽 거리의 청풍원 그 집에

衝雨登臨一少留(충우등임일소류) : 비 맞으며 올라가서 한차례 조금 쉬었다.

忽聽夕陽江上笛(홀청석양강상적) : 서양의 강 위에서 피리 소리 문득 듣고

白雲鄕思也悠悠(백운향사야유유) : 흰 구름에 고향 생각마저 유유히 떠오른다.

 

 

제원루2(題院樓2)-김시습(金時習)

원루에 쓰다-김시습(金時習)

四面溪山擁小樓(사면계산옹소루) : 사면의 개울과 산이 작은 누각 싸안았는데

淸風吹骨忽驚秋(청풍취골홀경추) : 맑은 바람 뼈에 불어와 가을임에 문득 놀랐다.

金龜換酒人何處(금귀환주인하처) : 금거북으로 술 바꾸던 그 사람 어디 있나

斷雨殘雲自在愁(단우잔운자재수) : 그친 비와 남은 구름이 그대로 근심이어라.

 

 

추정(秋亭)-김시습(金時習)

가을 정자-김시습(金時習)

秋亭山氣好崢嶸(추정산기호쟁영) : 가을 정자 산 기운이 좋고도 우뚝한데
江上猩楓刮眼明(강상성풍괄안명) : 강 위에 붉은 단풍 눈부시게 황하다.
巖瘦不因嫌太富(암수불인혐태부) : 바위가 여윔이 너무 부한 탓이랴
澗淸非是釣完名(간청비시조완명) : 골짝물 맑음이 완전한 이름 낚음 아니다.
寒花千朶經風曲(한화천타경풍곡) : 찬 꽃 천 떨기는 바람에 겪어 구부정하고
嫩苔一庭緣雨生(눈태일정연우생) : 뜰에 가득한 고운 이끼는 비에 생긴 것이라.
點檢人間無勝事(점검인간무승사) : 인간 세상 살펴봐야 좋은 일이란 없는데
林泉興味老多情(림천흥미노다정) : 임천의 산간 흥미는 늙을수록 다정하구나.

 

 

송정(松亭)-김시습(金時習)

소나무 속, 정자-김시습(金時習)

松亭寂寂松枝蟠(송정적적송지반) : 소나무 정자 고요하고 솔가지는 서렸는데
幅巾藜杖來盤桓(폭건려장래반환) : 복건과 청려장으로 짚고 와 성성거린다.
影落一庭碧苔潤(영낙일정벽태윤) : 뜰에 가득 그림자 떨어지고 푸른 이끼 윤택한데
聲撼半天淸風寒(성감반천청풍한) : 하늘 반만큼이나 흔들고 맑은 바람이 차갑다.
擧頭不見有赫日(거두불견유혁일) : 머리를 들어도 붉은 해 있음을 보지 못하고
側耳時聽搖狂瀾(측이시청요광란) : 귀 기울이면 때로 물결 흔드리는 소리 들린다.

茶煙颺處鶴飛去(다연양처학비거) : 차 끊이는 연기 날리는 곳에 학은 날아가고
藥杵敲時雲闌珊(약저고시운란산) : 약 절구 두드리는 때 구름이 머뭇거린다.
人散夕陽禽鳥鳴(인산석양금조명) : 사람들 흩어진 석양판에 새들 우는데
正是客去棋初殘(정시객거기초잔) : 이 때는 바로 손님 떠나고 바둑 처음 남았어라.

 

 

 

산정(山亭)-김시습(金時習)

산 속 정자-김시습(金時習)

白雲爲帳碧山屛(백운위장벽산병) : 흰 구름 휘장 삼고 푸른 산을 병풍 삼으니

絶勝羲之修禊亭(절승희지수계정) : 뛰어난 경치 왕희지의 수계정 같아라.

莫羨石家椒百斛(막선석가초백곡) : 석씨 집의 호초 백 섬을 부러워 하지 말라

苔錢十萬散中庭(태전십만산중정) : 이끼 돈 십만 냥을 뜰 가운데에 흩어뿌리리라.

 

 

초계동(貂溪洞)-김시습(金時習)

초계동에서-김시습(金時習)

偶入貂溪洞(우입초계동) : 우연히 초계동에 들어니
煙霞水石間(연하수석간) : 안개와 노을 물과 돌 사이에 돈다.
松檜鬱蒼蒼(송회울창창) : 소나무 전나무 울창하여 푸르고
溪澗鳴潺潺(계간명잔잔) : 시냇물 잔자나하게 소리내며 흐른다.
落葉沒谿徑(낙엽몰계경) : 낙엽은 골짜기 길 모두 덮었고
羚羊竄巖阻(령양찬암조) : 영양들은 바위 틈에 달아내 숨는다.
蒼苔滑如鋈(창태활여옥) : 푸른 이끼 금을 입힌 듯 미끄럽고
白雲飛如絮(백운비여서) : 흰 구름은 솜같이 날아든다.
洞深雪猶積(동심설유적) : 골짝이 깊어 눈이 아직 쌓여 있고
草芽屈金箸(초아굴금저) : 풀싹은 젓갈마냥 구부러졌다.
松桂相縈纏(송계상영전) : 소나무 계수나무 서로 얽혀
淸香撲我鼻(청향박아비) : 맑은 향기 이내 코를 흘씬 찌른다.
境靜稱我心(경정칭아심) : 지경의 고요함이 내 마음에 맞아
頓忘身世累(돈망신세루) : 별안간 이 몸의 누를 잊었다.

寄語同隱者(기어동은자) : 함께 숨어 사는 사람에게 말 붙이니
福地神所閟(복지신소비) : 복된 땅은 귀신도 숨겨 놓았구나.
絶嶮嵯峨岡(절험차아강) : 깎아지른 듯 높고 험한 언덕 위
揷竹以爲誌(삽죽이위지) : 대를 꽂아 그것으로 표지 삼아라.

 

 

매사관창이환(買蓑觀漲而還)-김시습(金時習)

도롱이 사서 물어난 물을 보고 돌아오다-김시습(金時習)

百錢新買綠蓑衣(백전신매록사의) : 백 전으로 새로 푸른 도롱이 사 입고

觀漲溪橋帶晩歸(관창계교대만귀) : 개울 다리에 불어난 물 보고 늦어 돌왔다.

細雨斜風吹不斷(세우사풍취불단) : 가랑비에 몰아치는 바람 그치지 않는데

一肩高聳入蓬扉(일견고용입봉비) : 어깨를 솟구치며 사립문짝으로 들어간다.

 

 

작설(雀舌)-김시습(金時習)

작설차-김시습(金時習)

南國春風軟欲起(남국춘풍연욕기) : 남쪽 지방 봄바람 부드럽게 일려는데
茶林葉底含尖觜(다림엽저함첨자) : 차 숲에는 잎새 밑에 뽀조간 부리를 머금었어라.
揀出嫩芽極通靈(간출눈아극통령) : 연한 싹을 가려내면 아주 신령스러움과 통하고
味品曾收鴻漸經(미품증수홍점경) : 그 맛과 품질은 흥점의 <다경>에 수록 되었어라.
紫筍抽出旗槍間(자순추출기창간) : 붉은 싹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뽑아내고
鳳餠龍團徒範形(봉병용단도범형) : 봉병과 용단 차 이름은 보양만을 본뜬 것이어라.
碧玉甌中活火烹(벽옥구중활화팽) : 푸른 옥병 속에 넣어 타는 불로 달여내면
蟹眼初生松風鳴(해안초생송풍명) : 게 눈 같은 거품 생기며 솔바람처럼 울린다.
山堂夜靜客圍坐(산당야정객위좌) : 산당 고요한 밤에 손님들 둘러앉아
一啜雲膄雙眼明(일철운수쌍안명) : 운수 차 한번 마시면 두 눈이 밝아진다.

黨家淺斟彼粗人(당가천짐피조인) : 당의 집에서 조금 맛보니 사람들 촌스런 사람인가
那識雪茶如許淸(나식설다여허청) : 어찌 알라오, 설다가 얼마나 맑은 차인 줄을.

 

 

무주(無酒)-김시습(金時習)

술이 없어서-김시습(金時習)

李白把酒問月飮(이백파주문월음) : 이 백은 술잔 잡고 달과 문답하며 마셨는데
塊然一斗詩百篇(괴연일두시백편) : 괴연히 홀로 앉아 한 말 술에 지은 시가 백 편이라.
淵明引壺眄庭醉(연명인호면정취) : 도연명은 술병 끌어 뜰을 보며 취했는데
悠然自樂羲皇天(유연자낙희황천) : 유연히 복희씨 적 세상을 스스로 즐겼어라.
而我千載猶爲人(이아천재유위인) : 그러나 나는 천년 뒤의 사람 되어
獨對靑山無酒錢(독대청산무주전) : 혼자 청산 바라보며 술 살 돈 하나 없는가.
司業助廣文(사업조광문) : 사업 소원명이 광문 정건을 도왔는데
坐客寒無氈(좌객한무전) : 앉은 손님 추워도 방석 하나 없었어라.
王弘送彭澤(왕홍송팽택) : 왕홍이 평택령을 보낼 때에는
空坐菊花邊(공좌국화변) : 공연히 국화 가에 앉자 있었어라.
吾非請息交(오비청식교) : 사귀기를 그만두자고 청하지 않았건만
自然絶世緣(자연절세연) : 저절로 세상 인연 끊어지고 말았어라.

世我相矛盾(세아상모순) : 세상과 나 서로 모순되어선가
遨遊三十年(오유삼십년) : 삼십 년을 마음대로 즐겁게 놀았어라.
無人過濁醪(무인과탁료) : 탁주 한 잔 넘겨 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情悄如耽禪(정초여탐선) : 마음 적적하기 참선 즐기는 것 같아라.
安得盡捻書籍賣(안득진념서적매) : 어찌해야 서적을 모두 팔아 팔아
卜築移家居酒泉(복축이가거주천) : 집 옮겨 터 잡아 집 지어 주천가에 살까.

 

 

취주(醉酒)-김시습(金時習)

술에 취해-김시습(金時習)

得酒無端喜欲狂(득주무단희욕광) : 술 얻으면 무한히 기뻐 미칠 것 같아
百年人世定蹉跎(백년인세정차타) : 한 백년 인생살이 정말 낭패이어라.
莊周初醒胡蝶夢(장주초성호접몽) : 장주는 처음으로 나비 꿈에서 깨어났고
元載新挑鼻準魔(원재신도비준마) : 원재는 새로 코 큰 마귀에게 도발 당했어라.
花徑浪遊同蔣詡(화경랑유동장후) : 꽃길에 마음껏 노닌 장후와도 같고
詩壇獨步似廉頗(시단독보사렴파) : 시단에서 염파처럼 독보적이었어라.
問山我是何爲者(문산아시하위자) : 산에게 묻노니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宇宙開來知我麽(우주개래지아마) : 우주가 생긴 이래로 나를 알아주는 자 있을까.

 

 

식죽(食粥)-김시습(金時習)

죽을 먹으며-김시습(金時習)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미끄러워 아침밥으로 편한데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부르자 편히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륙천일) : 인간의 한 평생 3만 6천 나날들

且莫咻咻多苦酸(차막휴휴다고산) : 아직은 떠들지 말라, 고생할 일 많으리라.

 

 

송락(松絡)-김시습(金時習)

소나무 겨우살이-김시습(金時習)

有石嵯峨千萬丈(유석차아천만장) : 높은 바위 솟아 천만 길이나 되고
有松楂牙三百尺(유송사아삼백척) : 소나무처럼 뗏목처럼 삼백 자나 솟아있다.
劍戟攢天磨碧雲(검극찬천마벽운) : 칼과 창이 하늘을 뚫어 푸른 구름에 닿아
鬖髿長此靑絲絡(삼사장차청사락) : 이곳에 푸른 겨우살이 수북이 자라있어라.
織女初洗金繭絲(직여초세금견사) : 직녀가 고치실을 처음으로 씻어내어
晒此蒼壁枯松枝(쇄차창벽고송지) : 이곳 푸른 벽 마른 소나무 가지에 말리었다.
乃命蜚廉轉繅車(내명비렴전소거) : 바람의 신 비렴에게 명하여 물레를 돌리게 하니
繅車無聲漫相儡(소거무성만상뢰) : 물레는 소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걸려있구나.
織女下顧憂彼猖(직녀하고우피창) : 직녀는 내려다보며 저 미친 짓을 근심하며
怒拶和雲拋澗傍(노찰화운포간방) : 노여워 구름과 마주쳐 골짜기에 던져버린다.
涓涓澗水更練洗(연연간수갱연세) : 졸졸 흐르는 골짝 물에 다시 익혀 씻어
淡碧可織雲錦裳(담벽가직운금상) : 옅은 푸른빛을 구름 비단 치마 짜는구나.

英靈如或相憫我(영령여혹상민아) : 영령의 혹시라도 나를 불쌍히 여긴다면
惠我一兩應不妨(혜아일양응불방) : 내게 한 두 벌을 주어도 무방하리라.

 

 

만경(蔓徑)-김시습(金時習)

덩굴 진 길-김시습(金時習)

巉嵒石徑草茸茸(참암석경초용용) : 높이 솟은 바윗길에 더부룩한 풀

芟却荊蔓護却松(삼각형만호각송) : 가시덩굴 베어내고 소나무를 보호한다.

客至將迎今已久(객지장영금이구) : 오는 손님 맞이으려 한지 오래인데

滿山風雨蘚髼鬆(만산풍우선봉송) : 산에 가득한 비바람에 이끼만이 더부룩.

 

 

송도(松濤)-김시습(金時習)

물결치는 소나무-김시습(金時習)

松聲飜作海濤喧(송성번작해도훤) : 솔 소리 뒤쳐 올라 바닷물결인양 소란한데

入耳淸音政不煩(입이청음정불번) : 귀에 든 맑은 소리 이제는 번거롭지 않아라.

澎湃有時搖我夢(팽배유시요아몽) : 솟구쳐 올라 때때로 나의 꿈결 흔들지만

一團和氣判胚渾(일단화기판배혼) : 한 무리 화목한 기운 따뜻하게 느껴진다.


 

 

송성(松聲)-김시습(金時習)

소나무 소리-김시습(金時習)

庭院松濤吹耳寒(정원송도취이한) : 정원의 소나무 물결이 귀에 불어 찬데

松釵飛入小欄干(송채비입소란간) : 소나무 부딪치는 소리 작은 난간에 불어든다.

從今始覺陶弘景(종금시각도홍경) : 신선 도홍경을 지금에야 깨달았으니

自樂此聲泉石間(자낙차성천석간) : 자연 속의 이 소리를 스스로 즐기리라.

 

 

엽낙(葉落)-김시습(金時習)

나뭇잎은 떨어지고-김시습(金時習)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떨어지는 나뭇잎, 쓸어버릴 수도 없어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궁벽한 곳에선 맑은 밤에 듣기에 괜찮아
風來聲摵摵(풍래성색색) : 바람 불면 그 소리 우수수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분분하여라.
敲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리며 나그네 꿈 놀래키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뜰에 쌓여서는 이끼 자취 묻어준다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 맞은 마음이야 어찌 할까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빈 산이 온통 파리하기만 하여라.

 

 

산중죽(山中竹)-김시습(金時習)

산 속 대나무-김시습(金時習)

綠竹出巖隈(녹죽출암외) : 바위 모퉁이에 솟은 푸른 대나무
托根巖下土(탁근암하토) : 바위 아래 땅에다 뿌리를 붙였구나.
老去節愈剛(노거절유강) : 늙어갈수록 더욱 굳어지는 절개
蕭蕭藏夜雨(소소장야우) : 우수수 밤비를 머금었구나.
根逬化蒼龍(근逬화창용) : 뿌리는 뻗어 푸른 용으로 되고
枝短不棲鳳(지단불서봉) : 가지는 짧아 봉황이 깃들지 않는구나.
幹凌雪霜侵(간릉설상침) : 줄기는 차가운 눈서리를 능멸하나
影受風月弄(영수풍월롱) : 그림자는 바람과 달의 희롱을 받는구나.
却恨長深谷(각한장심곡) : 도리어 한스러워라, 깊은 골짜기서 자라
欠遇徽之諷(흠우휘지풍) : 왕희지의 풍자를 만나지 못한 것을.
我來久徘徊(아래구배회) : 내가 와서 오랜 시간 배회하다
嘯吟忘出洞(소음망출동) : 휘파람 불며 시 읊으며 골짝 벗어남 잊었다.
日暮輕颯起(일모경삽기) : 해 저무니 가벼운 바람이 일어나니
戛戛相摩閧(알알상마홍) : 사각사각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似歎無知音(사탄무지음) : 그 소리 몰라줌을 탄식하는 듯
空山悲憁恫(공산비총통) : 빈 산에는 아쉬운 듯 서글퍼지는구나.

 

 

분죽(盆竹)-김시습(金時習)

화분 속 대나무-김시습(金時習)

爲憐貞節操(위련정절조) : 정절과 지조가 애련하여
種得小瓦盆(종득소와분) : 작은 흙 화분에 심었어라.
玲瓏如有態(령롱여유태) : 영롱하여 자태가 있는 듯
瀟洒又無煩(소쇄우무번) : 산뜻하여 번거로움 없어라.
嫋嫋風吹動(뇨뇨풍취동) : 산들산들 바람에 불리고
漙漙露滴飜(단단로적번) : 방울방울 이슬에 뒤치는구나.
誰知一撮土(수지일촬토) : 누가 알리오, 한 줌 흙 속
逬却化龍根(병각화용근) : 뻗어 나와 용 될 뿌리 있음을.

 

 

추일(秋日)-김시습(金時習)

어느 가을 날에-김시습(金時習)

庭際無人葉滿蹊(정제무인엽만혜) : 아무도 업슨 뜰, 길에는 낙엽 가득
草堂秋色轉凄凄(초당추색전처처) : 작은 초가에 가을빛이 쓸쓸해져 간다.
蛩如有意跳相咽(공여유의도상인) : 메뚜기도 마음이 있는 흐느끼 듯 날뛰고
山似多情翠又低(산사다정취우저) : 산들도 정이 많은 듯 푸러러지고 낮아진다.
世事到頭之者也(세사도두지자야) : 세상사 머리에 이른 상황에서는
閑情輸却去來兮(한정수각거래혜) : 한가한 마음도 왔다가 가는구나.
欲談細話誰將伴(욕담세화수장반) : 자상한 이야기 함께 할 사람은 누구 이던가
銷得南山一杖藜(소득남산일장려) : 남산의 한 청려장 지팡이 다 닳아 버렸구나.

 

 

추청(秋晴)-김시습(金時習)

맑은 가을 날에-김시습(金時習)

秋雨初晴枕簟涼(추우초청침점량) : 가을비 말 개니 베개와 돗자리 서늘하고
小窓時復閱篇章(소창시부열편장) : 작은 창 가에 앉아 가끔씩 시를 다시 읽는다.
吟三千首有餘樂(음삼천수유여락) : 삼천 수를 다 읽어도 남아도는 흥겨운 여운
想五百年無此狂(상오백년무차광) : 오백 년을 생각해봐도 이런 미친 이 없으리라.
漢水風煙迷蝶夢(한수풍연미접몽) : 한강에 자욱한 바람과 안개가 나의 꿈 흐리고
華山雲月沁詩腸(화산운월심시장) : 삼각산에 구름과 달은 시심을 씻어준다.
邇來嗔客關門坐(이래진객관문좌) : 지금까지 손님을 꾸짖다 문 닫고 앉으니
不覺莓苔侵短墻(부각매태침단장) : 벌써 이끼가 자라나 낮은 담장에 올랐구나.

 

 

망현등산(望懸燈山)-김시습(金時習)

현등산 바라보며-김시습(金時習)

懸燈山色碧參差(현등산색벽참치) : 현등산 산 빛은 푸른빛이 어지럽고

白石蒼藤又一奇(백석창등우일기) : 깨끗한 돌 푸른 등나무 그 또한 절묘하다.

我欲盪胸何處是(아욕탕흉하처시) : 가슴을 씻고 싶은데 그곳이 어디인가

層崖絶壑玉虹飛(층애절학옥홍비) : 층층 벼랑 깊은 골짝에 옥무지개 나는 곳이라.

 

 

중송(重送)-김시습(金時習)

다시 보내며-김시습(金時習)

昭陽春水漲(소양춘수창) : 소양강에는 봄 물리 불어나고

花岳暮雲濃(화악모운농) : 화악산에는 저문이 구름 짙어간다.

子去復幾許(자거부기허) : 자네 떠나면 또 얼마나 걸리나

碧山千萬重(벽산천만중) : 푸른 산은 천겹 만겹 가리어있다.

 

 

청산여허호(靑山如許好)-김시습(金時習)

청산은 이리도 좋은데-김시습(金時習)

靑山如許好(청산여허호) : 청산은 저리도 좋은데
澗水如許淸(간수여허청) : 골짝 물은 이리도 좋구나.
四座無人聲(사좌무인성) : 사방에는 사람의 소리 하나 없고
一鳥簷前鳴(일조첨전명) : 한 마리 새만이 처마 앞에서 울고 있구나.
頹然臥筠床(퇴연와균상) : 쓰러지듯 대나무 평상에 누우니
黃葉堆前楹(황엽퇴전영) : 누런 나뭇잎이 기둥 앞에 쌓이는구나.
得句頗尖新(득구파첨신) : 시 한 구절 지으니 자못 참신하여
一笑豪氣橫(일소호기횡) : 한번 웃어제치니 호기가 가로 뻗친다.
欲倒三峽流(욕도삼협류) : 삼협의 흐르는 물에 이르러
欲掃千人兵(욕소천인병) : 천 사람의 무기를 다 쓸어버리라.
可笑費屠龍(가소비도용) : 우스워라, 용 잡는데 비용을 써버렸으니
博學無成名(박학무성명) : 박학 하여도 이름 하나 이루지 못했어라.

 

 

숙봉정(宿峯頂)-김시습(金時習)

산마루에서 자다-김시습(金時習)

蘿月掛明鏡(나월괘명경) : 소나무 겨우살이 사이 달은 맑은 거울처럼 걸려있고

松泉鳴古琴(송천명고금) : 소나무 아래 샘물은 옛 거문고 소리인양 울린다.

夜深心地惺(야심심지성) : 깊어가는 밤, 마음은 맑아만 가는데

無復去來今(무부거래금) : 다시 오가고 싶은 생각 이제는 조금도 들지 않는다.

 

 

모산(暮山)-김시습(金時習)

저물어가는 산-김시습(金時習)

暮山如畫掃蛾眉(모산여화소아미) : 저문 산은 그림그린 듯 나의 눈썹 쓸어놓고

輕抹晴嵐淡亦奇(경말청람담역기) : 맑은 산기운 살짝 문지르니 담담하기 절묘하다.

月上松梢鴉亂陣(월상송초아난진) : 소나무 끝에 달 돋으니 까마귀 떼 어지러운데

故城秋籜有寒吹(고성추탁유한취) : 옛 성의 가을 대나무숲에는 찬 바람이 불어온다.

 

 

등동진(登童津)-김시습(金時習)

동진산에 올라-김시습(金時習)

童津山色碧崔嵬(동진산색벽최외) : 동진산 산빛이 푸르고도 우람하다

絶壁層崖石逕回(절벽층애석경회) : 깎아지른 언덕엔 돌길이 굽어있다.

獨荷短筇尋古寺(독하단공심고사) : 홀로 짧은 지팡이 짚고 옛절 찾으니

上方政在白雲堆(상방정재백운퇴) : 불당은 바로 흰구름 쌓인 속에 있어라.

 

 

가소(嘉蔬)-김시습(金時習)

좋은 나물-김시습(金時習)

山有嘉蔬澗有樵(산유가소간유초) : 산에는 좋은 나물 계곡에는 땔나무

此生端欲樂陶陶(차생단욕낙도도) : 이 세상 삶이란 원래 즐거움이 많은 것이라.

雖然靑史無蹤跡(수연청사무종적) : 비록 역사에는 종적이 없을지라도

爲有英靈特見招(위유영령특견초) : 영혼은 있으니 특별히 초대받기를 원하노라.

 

 

월중문안(月中聞雁)-김시습(金時習)

달 속 기러기 소리 듣고서-김시습(金時習)

小堂秋夜月團團(소당추야월단단) : 작은 방 가을밤, 달은 둥근데
閑聽征鴻獨倚欄(한청정홍독의란) : 기러기소리 한하히 들으며 홀로 난간에 기댄다
斷續聲來天淡淡(단속성래천담담) : 하늘은 담담한데 끊어지고 이어지는 소리
聯翩影過路漫漫(연편영과로만만) : 길은 아득히 먼데 잇달은 날개 그림자 지나간다.
玉關霜重邊衣冷(옥관상중변의랭) : 옥관에는 서리가 잦고 변방의 옷은 차고
香幄風高錦衾寒(향악풍고금금한) : 향기로운 장막에 바람 높고 비단 금침도 차갑다.
到此情懷遽如許(도차정회거여허) : 이곳에 이르니 속 마음 급하기 이와 같으니
牽愁且莫響雲端(견수차막향운단) : 시름을 일으키니 구름 끝에서 소리 울리지 말라.

 

 

고안(孤雁)-김시습(金時習)

외로운 기러기-김시습(金時習)

一聲相失萬重雲(일성상실만중운) : 만 겹 구름 속에서 한 소리 잃으니
紫塞天高何處分(자새천고하처분) : 만리장성 하늘 높은데 어느 곳에서 나뉘었나.
片影獨尋湘水闊(편영독심상수활) : 작은 그림자 홀로 찾은데 상수는 드넓어
遙音偏向旅窓聞(요음편향여창문) : 아련한 소리 나그네 창가를 향해 들려온다.
低回暮雨誰相念(저회모우수상념) : 나직이 고개 돌려보니 누가 서로 생각하나
欲下寒塘不見群(욕하한당불견군) : 차가운 못에 내리려도 제 무리들 보이지 않는다.
應羨晚鴉無意緖(응선만아무의서) : 저녁 까마귀 아무런 생각 없음을 부러워하리니
荒城棲聚噪紛紛(황성서취조분분) : 거친 성 위에 깃들어 시끄러이 조잘거린다.

 

 

귀안(歸雁)-김시습(金時習)

돌아가는 기러기-김시습(金時習)

數聲歸雁點淸虛(수성귀안점청허) : 몇 소리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푸른 허공에 점찍은 듯
遙憶瀟湘萬里餘(요억소상만리여) : 아득히 소상강 생각해보니 만 리도 넘어라.
關塞風高鳴漸遠(관새풍고명점원) : 변방의 바람은 높이 불어 기러기 소리 점점 멀어지고
江潭木落影偏疏(강담목낙영편소) : 강가의 잎 떨어진 나무들 그림자 성글구나.
曾離朔漠辭邊雪(증리삭막사변설) : 일찍이 북방 사막을 떠나 변방의 눈을 하직하니
應帶天山寄遠書(응대천산기원서) : 반드시 천산으로 부치는 먼 편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好向洞庭深處宿(호향동정심처숙) : 좋아라, 동정호 깊은 곳으로 가서 묵으리니
楚人矰繳不饒渠(초인증격불요거) : 초나라 사람의 화살을 너에게 너그럽지 않으리라.

 

 

연연(燕燕)-김시습(金時習)

제비들-김시습(金時習)

燕燕飛飛過短墻(연연비비과단장) : 제비들 날아서 낮은 담장 지나가니
也無閑事爲誰忙(야무한사위수망) : 한가한 일이야 없겠지만 누구 위해 바쁜가.
靑山影裏獨穩步(청산영리독온보) : 청산의 그림자 속을 홀로 편안히 거닐고
翠竹陰中閑鎖房(취죽음중한쇄방) : 푸른 대나무 그림자 속을 한가히 방문을 잠근다.
古樹夕陽扶拄杖(고수석양부주장) : 고목나무에 석양이 비치는데 지팡이 짚고 섰는데
小亭秋日據胡床(소정추일거호상) : 작은 정자 가을 해에 높은 걸상에 걸터앉았다.
放歌大笑復自謔(방가대소부자학) : 마음껏 노래 부르고 크게 웃고 다시 떠들어대니
意氣老來猶激昂(의기노래유격앙) : 의기는 늙어가도 여전히 마음은 들떠있다.

 

 

문작(聞鵲)-김시습(金時習)

까치소리-김시습(金時習)

査査乾鵲繞庭枝(사사건작요정지) : 까악까악 우는 까치가 뜨락 나뭇가지 두르고

細料無人款我扉(세료무인관아비) : 곰곰이 생가하니 우리집 사립문 찾아주는 이 없다.

只有淸風似相識(지유청풍사상식) : 오직 맑은 바람만이 알아주는 듯

故來摵摵撼簾幃(고래색색감렴위) : 일부러 와서 불어와 설렁설렁 발과 휘장을 흔든다.

 

 

화행화(畫杏花)-김시습(金時習)

그린 살구꽃-김시습(金時習)

活色生紅第一梢(활색생홍제일초) : 첫 가지 끝에 생생하고 싱거러운 붉은 꽃

何人拈筆上床描(하인념필상상묘) : 누가 붓을 잡아 상에 올라 그려노았나.

出墻千朶多才思(출장천타다재사) : 담장 밖, 천 송이 꽃은 재치있는 생각 많아

腸斷飄香賣酒橋(장단표향매주교) : 애끊는 마음 나부끼는 향기, 다리에서 술을 판다.

 

 

화매화(畵梅花)-김시습(金時習)

그린 매화-김시습(金時習)

香魂玉骨先春姸(향혼옥골선춘연) : 향기로운 혼 옥 같은 기골 봄에 앞서 곱고

獨占孤山煙雨邊(독점고산연우변) : 홀로 외로운 산의 비 오는 곳을 차지했구나.

疏影暗香雖不動(소영암향수불동) : 성긴 그림자 은은한 향 움직이지 않아도

淸姝風韻正依然(청주풍운정의연) : 맑은 숙녀의 풍모와 운치가 정말 의연하여라.

 

 

별추강(別秋江)-김시습(金時習)

추강과 이별하며-김시습(金時習)

昔人似今人(석인사금인) : 옛 사람도 지금 사람과 같고
今人猶後人(금인유후인) : 지금 사람도 뒷사람과 같으리라.
世間若流水(세간약류수) : 세상일이란 흐르는 물 같아
悠悠秋復春(유유추부춘) : 아득히 가을 되면 또 봄 된다.
今日松下飮(금일송하음) : 오늘은 소나무 아래서 마시고
明朝向嶙峋(명조향린순) : 내일 아침이면 첩첩한 곳을 향한다.
嶙峋碧峯裏(인순벽봉리) : 첩첩한 곳, 푸른 산봉우리 속
思爾情輪囷(사이정륜균) : 그대 생각하니 마음은 수레처럼 구른다.

 

 

만망(晚望)-김시습(金時習)

저녁에 바라보다-김시습(金時習)

草靑沙軟望中寬(초청사연망중관) : 풀은 푸르고 모래 부드러워 보기도 편한데
數朶芙蓉雨後巒(수타부용우후만) : 비 내린 뒤 산봉우리는 몇 송이 연꽃이어라.
逸馬引群馳野路(일마인군치야로) : 좋은 말 떼 지어 몰아 들길을 달리는데
懶牛牽紲臥江干(나우견설와강간) : 느린 소고삐 끌며 강가에 누워있다.
逍遙自喜吾生樂(소요자희오생낙) : 천천히 걸으며 내 삶의 즐거움을 즐기나니
寵辱多驚達者難(총욕다경달자난) : 총애와 욕됨에 자주 놀라 달관한 자 되기 어려워라.
投老歸歟何處好(투노귀여하처호) : 늙었거니 돌아가자, 어느 곳이 좋을까
香城楓岳碧雲漫(향성풍악벽운만) : 향성과 풍악에 푸른 구름 한가롭단다.

 

 

홍시(紅柿)-김시습(金時習)

홍시-김시습(金時習)

秋風烈烈霜作威(추풍열열상작위) : 가을바람 차고 서리가 위세 높고
雨過園林紅葉稀(우과원림홍엽희) : 비 지난 동산 숲에 홍시가 드물구나.
朝輝初出海天宇(조휘초출해천우) : 아침햇살 처음 바다 위 하늘로 솟으니
光芒射我園中樹(광망사아원중수) : 빛발이 나의 동산 속나무를 쏘아댄다.
團團萬點赬虯卵(단단만점정규란) : 둥글고 둥근 만 개의 붉은 규룡의 알
映日玲瓏圍火傘(영일령롱위화산) : 비친 햇빛 영롱히 불빛 우산을 둘러싼다.
味甘豈同柑橘奴(미감개동감귤노) : 단맛이야 어찌 단감이나 귤과 같으랴만
肌豐不比棗荔癯(기풍불비조려구) : 살 많기는 대추나 여지 말린 것과 견주랴.
君不見沈瑀種之敎民富(군불견심우종지교민부)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심우가 심어서 백성을 풍족하게 하고

鄭虔書葉成巨儒(정건서엽성거유) : 정건은 감잎에 글을 써서 큰 선비가 된 것을
七絶堪爲百果雄(칠절감위백과웅) : 칠언 절구 시가 여러 과일의 최고가 되리니
愛見葉裏垂紅珠(애견엽리수홍주) : 잎 속에 드리운 붉은 구슬을 사랑스레 바라본다.

 

 

등마니산강화(登摩尼山江華)-김시습(金時習)

마니산에 올라-김시습(金時習)

摩尼山色好(마니산색호) : 마니산 산색은 좋기도 한데
矗立海天隅(촉립해천우) : 바닷가 하늘가에 우뚝 솟아있다.
飛雁不能渡(비안불능도) : 기러기도 능이 건너지 못하고
晴嵐摠可圖(청람총가도) : 갠 남기가 모두 그림 같구나.
祭壇秋草老(제단추초노) : 제단에는 가을풀이 시들어가고
僧舍白雲孤(승사백운고) : 절간 숙소에는 흰 구름이 외롭다.
一望滄溟闊(일망창명활) : 한번 바라보니 푸른 바다는 넓고
煙波接有無(연파접유무) : 물안개가 있는 듯 없는 듯 닿아있다.

 

 

환산(還山)-김시습(金時習)

산에 돌아와-김시습(金時習)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사월도 다지나고
客臥動經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누운 채로 열흘을 넘긴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방 볕에 걸린 그림과 글 좀 먹고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칸 안석과 돗자리에 먼지가 자욱하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부추꽃에는 열매가 달리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에는 벌써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니 잠이 들어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이 장막 안에 들어 손님 되었단다.

 

 

숙보선사(宿寶禪寺)-김시습(金時習)

보선사에 묵으며-김시습(金時習)

寺壓澄江江水淸(사압징강강수청) : 절은 맑은 강 위에 있고 강물은 푸르고

高低山影映澄明(고저산영영징명) : 높고 낮은 산 그림자 맑고 밝게 비친다.

居僧住久忘塵世(거승주구망진세) : 절 스님은 오래 머물러 세상 일 다 잊고

慣聽滄波今古聲(관청창파금고성) : 푸른 물결에 고금의 소리를 익히 듣고 있다.

 

 

봉미사(鳳尾寺)-김시습(金時習)

봉미사-김시습(金時習)

萬丈蒼崖上(만장창애상) : 만 길 푸른 언덕 위에는
荒涼有梵宮(황량유범궁) : 황량하게 절 하나 있다.
定僧依竹塢(정승의죽오) : 참선 든 스님은 대숲 언덕에 기대고
睡鴨傍蘆叢(수압방로총) : 잠든 오리는 갈대숲에 졸고 있다.
山影涵虛碧(산영함허벽) : 산 그림자 빈 푸른 공중에 젖어들고
波聲漾半空(파성양반공) : 물결소리 반공중에 출렁인다.
道人挽我袖(도인만아수) : 도인은 내 소매 끌어당기며
一宿聽松風(일숙청송풍) : 하루 묵으면서 솔바람 소리 듣잔다.


 

 

오려(吾廬)-김시습(金時習)

내 집에서-김시습(金時習)

從來吾亦愛吾廬(종래오역애오려) : 전부터 나는 내 집이 좋아
野性偏宜水竹居(야성편의수죽거) : 야성에 치우쳐 물가나 대숲에 산다.
問字僧來隨說字(문자승래수설자) : 글 묻는 중이 찾으면 글을 이야기하고
投書人到勉酬書(투서인도면수서) : 편지 보낸 사람이 오면 편지에 답한다.
溪流淺碧迷芳草(계류천벽미방초) : 개울물 얕고 푸르고 방초는 여기저기
山色蒨蔥擁古墟(산색천총옹고허) : 산 빛은 울창한데 낡은 집터가 끼었구나.
遠矚遐觀皆自得(원촉하관개자득) : 멀리 보고 아득히 봐도 모두가 만족하니
吾廬佳興足瀛壺(오려가흥족영호) : 내 집 좋은 멋에 신선고을처럼 족하도다.

 

 

산여(山畬)-김시습(金時習)

산 속 따비밭-김시습(金時習)

石田多犖确(석전다락학) : 돌밭에 자갈이 너무나 많아
高下半藤蘿(고하반등라) : 높고 낮은 곳 절반이 덩굴이라.
地薄多生朮(지박다생출) : 땅이 박해 잡풀이 많고
畦危不長禾(휴위부장화) : 둔덕은 높아 벼가 자라지 못한다.
飢烏鳴樹杪(기오명수초) : 굶주린 까마귀 나무 끝에서 울고
羸犢臥陂陀(이독와피타) : 여윈 송아지 비탈에 누워있다.
縱是山深處(종시산심처) : 비록 산이 깊은 곳이나
年年可免科(년년가면과) : 해마다 세금을 면할 수가 없어라.

 

 

운적(耘苖)-김시습(金時習)

김 매기-김시습(金時習)

長鑱草屩步南岡(장참초교보남강) : 긴 가래 짚신 신고 남쪽 언덕을 걸어

十畝禾田半是稂(십무화전반시랑) : 열 마지기 논에 절반은 강아지풀이구나.

雲水十年如倦鳥(운수십년여권조) : 떠돌아 산 십년이 게으른 새 같아

林泉穩處任飛翔(임천온처임비상) : 자연에 숨어 살며 마음껏 날아다닌다.

 

 

전가즉사3(田家卽事3)-김시습(金時習)

농가에서-김시습(金時習)

西崦人家社酒香(서엄인가사주향) : 서쪽 언덕 사람들 집에 제사 술이 향기롭다
村童來報老先嘗(촌동래보노선상) : 시골 아이 와서 노인어른 먼저 맛보라 알린다.
妻挑野菜和根白(처도야채화근백) : 아내가 뜯어온 들나물 뿌리마저 희고
兒摘山梨帶葉黃(아적산리대엽황) : 아이가 따온 산배는 누런 잎이 달려있다.
不識干戈事征戰(부식간과사정전) : 방패와 창으로 전쟁하는 일 모르고
唯知耕耨足稻粱(유지경누족도량) : 갈고 김매어 벼와 기장 풍족함을 알 뿐이라.
田家所樂將何事(전가소락장하사) : 농가의 즐거워 할 일 무엇이 있겠는가
寒背蓬廬曝大陽(한배봉려폭대양) : 추운 날 초가집에 등 붙이고 햇볕 쬐는 것이라.

 

 

전가즉사2(田家卽事2)-김시습(金時習)

농가에서-김시습(金時習)

門靜鷄群啄晚禾(문정계군탁만화) : 문 앞은 고요한데 닭들이 늦벼를 쪼고
初聞南舍釀新醝(초문남사양신차) : 남쪽 집에서 새 술빚은 소식 처음 들린다.
擊壤歌罷催科少(격양가파최과소) : 풍년가 다했어도 세금 독촉 적으니
賽社人歸醉舞多(새사인귀취무다) : 동내 제사 사람들 취하여 춤추며 돌아간다.
區芋脆來兒共堀(구우취래아공굴) : 둔덕의 토란 연한데 아이들 모두 캐고
香橙熟處手親搓(향등숙처수친차) : 향긋한 귤 익는 곳에서 직접 따본다.
老翁喜說秧田熟(노옹희설앙전숙) : 늙은 노인 밭벼 익었다 기뻐 말하며
叱犢驅牛荷短蓑(질독구우하단사) : 짧은 도롱이 입고 송아지 재촉하며 소를 몬다.

 

 

전가즉사1(田家卽事1)-김시습(金時習)

농가에서-김시습(金時習)

一間茅屋倚山岡(일간모옥의산강) : 산등성이 한 간 초가집
場畔翁姑語正長(장반옹고어정장) : 마당가에 노부부 긴 정다운 대화.
未解平生榮爵祿(미해평생영작록) : 평생 영광과 벼슬 알지도 못하고
只誇卒歲富農桑(지과졸세부농상) : 다만 농사와 누에가 잘됨이 자랑.
溪橋日晚牛羊下(계교일만우양하) : 저문 개울가 다리에 소와 양 내려오고
秋壟風高禾秫香(추롱풍고화출향) : 바람 높은 가을 언덕에 향기로운 벼와 차조.
待得兒童沽白酒(대득아동고백주) : 아이가 술 사오기를 기다려
旋炊菰飯喚人嘗(선취고반환인상) : 바로 고미 밥 지어 사람들 불러 맛보리라.

 

 

 

유포(遊圃)-김시습(金時習)

밭을 거닐며-김시습(金時習)

滿眼靑山繞菜畦(만안청산요채휴) : 눈에 가득한 청산이 채소밭을 두르고

靑靑蘿葍葉初齊(청청라복엽초제) : 푸른 무우 잎이 막 가지런히 자랐다.

十年慣却修場圃(십년관각수장포) : 십 년을 채소밭 가꾸기에 익숙한데

剩聽鵓鳩枝上啼(잉청발구지상제) : 나뭇가지 위 집 비둘기 울음소리 들린다.

 

 

희청(喜晴)-김시습(金時習)

날이 갠 것이 기뻐서-김시습(金時習)

雙燕呢喃報午晴(쌍연니남보오청) : 짝지은 제비 재잘거리며 갠 낮을 알리는데
庭花爛熳綴紅英(정화란만철홍영) : 뜰의 꽃은 난만하여 붉은 꽃봉우리 엮었도다.
槐陰濃綠可人意(괴음농록가인의) : 회나무 그늘 짙은 그늘 사람의 마음에 들고
天色淸和諳鳥聲(천색청화암조성) : 하늘 빛은 맑고 따뜻하여 새소리와 어울린다.
簇簇野雲如卷絮(족족야운여권서) : 모여든 들판의 구름 솜을 말아놓은 듯 하고
浪浪巖溜似鳴箏(낭랑암류사명쟁) : 출렁이는 바위에 고인 물은 거문고 소리 같아라.
日長庭院渾無賴(일장정원혼무뢰) : 해가 긴 정원에는 온통 아무런 소리 없고
自酌新泉煮小鐺(자작신천자소당) : 신선한 샘물 길러다가 작은 냄비에 차를 다린다.

 

 

즉경(卽景)-김시습(金時習)

눈 앞의 광경-김시습(金時習)

深山伯勞鳴(심산백로명) : 깊은 산에는 때까치 울고
火麥動秋耕(화맥동추경) : 보리밭에는 가을 농사 시작이라.
每怕風霜早(매파풍상조) : 바람서리 일찍 올까 두렵고
仍憂霾旱幷(잉우매한병) : 흙비와 가뭄이 겹칠까 걱정이어라.
瘦藤緣樹老(수등연수노) : 마른 등나무에 푸른 나무 늙고
細草覆墻生(세초복장생) : 가는 풀은 담장을 덮어 자라난다.
倦客閑消日(권객한소일) : 권태로운 손은 한가하게 지나며
扶藜晚逕行(부려만경행) : 명아주 지팡이 짚고 저녁 길 걷는다.

 

 

즉사(卽事)-김시습(金時習)

지금 이 일에-김시습(金時習)

蜻蜓欵欵立風蒲(청정관관립풍포) : 잠자리 하늘거리다 바람 이는 부들에 앉았는데

小雨初晴草木蘇(소우초청초목소) : 지나가는 작은 비 개자 초목이 자라는구나.

睡起南軒成獨倚(수기남헌성독의) : 남쪽 마루방에 잠 깨어 일어나 홀로 기대니

一天涼颯落庭梧(일천량삽낙정오) : 온 하늘에 서늘한 바람에 뜰 오동잎이 지는구나.

 

 

불출(不出)-김시습(金時習)

나가지 않다-김시습(金時習)

不出杜山門(불출두산문) : 산 속 문을 닫고 나가지 않아
前峯下鹿群(전봉하록군) : 앞 산봉우리에 사슴들이 내려온다.
床前鳴蟋蟀(상전명실솔) : 평상 앞에는 귀뚜라미 울고
庭畔有椿萱(정반유춘훤) : 뜰에는 참죽나무와 원추리가 있다.
猒客常稱疾(염객상칭질) : 손님 맞기 싫어 항상 병을 핑계하고
勞煩欲默言(노번욕묵언) : 수고롭고 번거로워 말도 하고 싶지 않다.
小窓誰是伴(소창수시반) : 작은 창가에 그 누가 짝이 되나
安息一爐熏(안식일로훈) : 안식향이 한 향로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소부생겸경잠적(笑浮生兼慶岑寂)-김시습(金時習)

덧없는 삶 웃어넘기고 한적한 삶이 다행하다-김시습(金時習)

自笑營生薄(자소영생박) : 나의 삶이 박복함을 스스로 비웃으니
而無長者風(이무장자풍) : 장자의 풍도가 없어서라.
客至從無語(객지종무어) : 손님이 와도 그와 말도 없고
貧來任固窮(빈래임고궁) : 가난이 와도 궁한 대로 맡겨두노라.
題詩聊遣寂(제시료견적) : 시를 지으며 그런대로 적막하게 살며
擲筆欲摩空(척필욕마공) : 붓을 던져 허공을 만져보련다.
老去壯心在(노거장심재) : 늙어가도 젊은 마음은 여전해
欣聆松院風(흔령송원풍) : 흔연히 솔 가득한 집에 부는 바람 듣는다.

 

 

우성(偶成)-김시습(金時習)

우연히 짓다-김시습(金時習)

櫪葉深深布穀啼(역엽심심포곡제) : 가죽나무 잎 무성한데 뻐구기 울고
山深五月尙凄凄(산심오월상처처) : 산이 깊은 오월 여전히 춥다.
朝來霧重巖光潤(조래무중암광윤) : 아침에 안개 짙고 바위빛은 윤택한데
晚後風過樹影低(만후풍과수영저) : 저녁 늦어 바람불어 나무그늘 나직하다.
老境唯思身似鶴(노경유사신사학) : 늙어감에 몸이 학 같았으면 생각하나
病餘方覺面如梨(병여방각면여리) : 병 난 뒤에 얼굴이 배 같음을 알겠다.
平生習氣消磨盡(평생습기소마진) : 평생의 버릇 닳아 모두 없어졌지만
未斷醉倒花下迷(미단취도화하미) : 꽃아래 취하여 헤매는 버릇 끊지 못했다.

 

 

취향(醉鄕)-김시습(金時習)

취하여-김시습(金時習)

醉鄕日月亦佳哉(취향일월역가재) : 취하니 세월마저 좋은데
依舊狂心傑且魁(의구광심걸차괴) : 언제나 미친 마음 높고도 크구나.
身世浮游微似稊(신세부유미사제) : 몸은 떠돌아 천함이 가라지풀 같으나
乾坤濩落大於杯(건곤호낙대어배) : 하늘과 땅은 넓어 술잔보다는 크구나.
二豪侍側從敎倣(이호시측종교방) : 두 호걸을 곁에서 모시니 따르라며
千丈流胸驀地來(천장류흉맥지래) : 천길 흐르는 가슴 속에 땅을 달려온다.
一斗百篇兒戲耳(일두백편아희이) : 한말 술에는 백편의 시가 아이들 장난
何人會得醉鄕恢(하인회득취향회) : 그 누가 취한 세상 넓은 줄 알기나 할까.

 

 

한의(閑意)-김시습(金時習)

한가한 마음-김시습(金時習)

莫道生涯薄(막도생애박) : 생애가 박복하다 말하지 말라
苔錢散一庭(태전산일정) : 돈 같은 이끼가 온 뜰에 흩어져있다.
孔方兄絶契(공방형절계) : 돈이 나와 교제를 끊었으나
管城子通靈(관성자통영) : 붓은 나의 심령에 통해있도다.
曉日明書榻(효일명서탑) : 새벽 해는 서탑을 밝게 비추고
山雲擁草亭(산운옹초정) : 산속 구름은 초가 정자에 둘러있다.
小軒風露冷(소헌풍로랭) : 작은 난간에 바람과 이슬 차가워
蛺蝶夢回醒(협접몽회성) : 나비의 꿈에서 돌아와 깨어났도다.

 

 

고면(高眠)-김시습(金時習)

베개 높이 베고 자며-김시습(金時習)

拋冊高眠夏日長(포책고면하일장) : 책 던지고 베개 높이 베니 여름날은 긴데

扶疏樹影映書床(부소수영영서상) : 엉성한 나무 그늘은 책상 위로 비춰든다.

要知自有淸虛福(요지자유청허복) : 나에게 맑고 호젓한 복이 있음을 아나니

爐上熏殘一炷香(로상훈잔일주향) : 화로 위에는 피다 남은 한 심주 향불이 있다.

 

 

 

오침(午寢)-김시습(金時習)

낮잡-김시습(金時習)

茅屋翛翛午夢長(모옥소소오몽장) : 띳집에서 늘어지게 낮꿈이 긴데

高低花影轉西廊(고저화영전서랑) : 높고낮은 꽃 그림자 서편 회랑으로 돈다.

隔簷燕子呼來醒(격첨연자호래성) : 처마 밖 제비 새끼들 잠 깨라 소리치고

方覺身遊華胥鄕(방각신유화서향) : 이 몸이 요임금의 화서향에 놀았었구나.

 

 

좌와(坐臥)-김시습(金時習)

앉았다 누웠다-김시습(金時習)

坐臥消長日(좌와소장일) : 앉았다 누웠다 긴 날을 보내는데

無人地更偏(무인지경편) : 사람은 아무도 없어 땅은 더욱 구석지다.

春風無厚薄(춘풍무후박) : 봄바람은 후하고 박하고가 전혀 없으니

桃李自年年(도이자년년) : 복숭아나무 오얏나무 해마다 절로 피는구나.

 

 

한의(閑意)-김시습(金時習)

한가한 뜻-김시습(金時習)

終日倚窓軒(종일의창헌) : 종일토록 창틀에 기대어서니
蕭然不世情(소연부세정) : 소연하여 세상 기분 아니더라.
庭花掃更落(정화소경낙) : 뜰의 꽃을 쓸어도 떨어지고
階草剗還生(계초잔환생) : 섬돌의 풀은 깎아도 생겨나더라.
地僻少人事(지벽소인사) : 외진 땅이라 사람의 일 적고
山深唯鳥鳴(산심유조명) : 깊은 산이라 새소리뿐이로다.
將何消永日(장하소영일) : 장차 어찌 기나긴 날을 보내나
移枕近書檠(이침근서경) : 베개 옮겨 책시렁에 가까이 간다.

 

 

한흥(閑興)-김시습(金時習)

한가한 흥취-김시습(金時習)

淵明嗜酒杜陵詩(연명기주두릉시) : 도연명은 술 즐기고 두보는 시 짓지만

天地無涯生有涯(천지무애생유애) : 천지는 무궁하나 인생은 끝이 있었도다.

閑據枯梧仍不寐(한거고오잉부매) : 마른 오동나무에 기대니 잠 오지 않고

白雲吹散月如眉(백운취산월여미) : 흰구름 불리어 흩어지고 달은 눈썹같도다.

 

 

탐수(耽睡)-김시습(金時習)

잠을 탐하다-김시습(金時習)

竟日臥耽睡(경일와탐수) : 종일토록 누워서 잠만 탐하다가
懶慢不出戶(나만부출호) : 나태해져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圖書拋在床(도서포재상) : 책들을 책상에 던져두니
卷帙亂旁午(권질란방오) : 권으로 질로 어지럽이 흩어져있다.
瓦爐起香煙(와로기향연) : 질화로에서는 향기 피어오르고
石鼎鳴茶乳(석정명다유) : 돌솥에는 차와 우유가 슬슬 끓는다.
不知海棠花(부지해당화) : 미처 알지 못하였구나, 해당화가
落盡千山雨(낙진천산우) : 온 산에 내린 비에 꽃잎 떨어진 줄을.

 

 

칠석(七夕)-김시습(金時習)

칠석날-김시습(金時習)

烏鵲橋邊路正賖(오작교변로정사) : 하늘의 오작교 다릿가 길은 멀기도 한데

銀河淸淺浪淘沙(은하청천랑도사) : 은하수 맑고도 얕아 물결이 모래를 이는구나.

人間乞巧何心看(인간걸교하심간) : 사람들은 재주 구걸하며 무슨 마음으로 볼까

怕見扶桑一抹霞(파견부상일말하) : 부상을 한번 비비는 노을을 두려워 바라본다.

 

 

영삼간신3(詠三諫臣3)-김시습(金時習)

세 간하던 신하를 노래하다-김시습(金時習)

至德廟前禾黍堆(지덕묘전화서퇴) : 오나라 지덕묘 앞에는 벼와 기장 쌓였는데

姑蘇臺畔猿猱哀(고소대반원노애) : 고소대 두둑에는 원숭이 소리가 애절하다.

怒濤不是無功業(노도부시무공업) : 성난 물결 타고 옴은 공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管領人間雪禍胎(관령인간설화태) : 세상사람 이끌어 재앙의 씨앗 씻으려 함이로다.
* 右伍員

 

 

영삼간신2(詠三諫臣2)-김시습(金時習)

세 간하던 신하를 노래하다-김시습(金時習)

湘江千古弔幽魂(상강천고조유혼) : 상강에서 천년을 묻힌 영혼을 조상하노니

憔悴行吟爲底冤(초췌행음위저원) : 초췌히 읊으며 다니다가 물 아래 원혼이 되었구나.

若使先生遭盛世(약사선생조성세) : 만약 선생이 태평성대를 만났다면

汨羅應欠斷腸猿(골라응흠단장원) : 멱라수에는 응당 애간장 끊는 원숭이 없었으리라.

 

 

영삼간신1(詠三諫臣1)-김시습(金時習)

세 간하던 신하를 노래하다-김시습(金時習)

靡靡樂盡魚終變(미미락진어종변) : 망국적인 미미곡 다하니 물고기 끝내 변하여 없어지고

長夜酣終杵到漂(장야감종저도표) : 긴 밤에 술기운 끝나자 절구공이 피에 떠내려 갔도다.

覆轍前車如鑑戒(복철전차여감계) : 넘어져 엎어진 앞 수레 경계삼았다면

商孫應不裸周朝(상손응부라주조) : 상나라 자손들이 주나라 왕조에서 헐벗지 않았으리라.

 

 

노중련(魯仲連)-김시습(金時習)

노중련-김시습(金時習)

周轍東遷王綱揉(주철동천왕강유) : 주나라가 동쪽으로 옮겨 왕실 기강 무너져
列國爭雄相格鬪(열국쟁웅상격투) : 여러 나라 자웅을 다투어 서로 치고 싸웠다네.
不施仁義稱帝王(부시인의칭제왕) : 인의는 베풀지 않고 제왕이라 일컬었으니
紛紛紜紜莫之救(분분운운막지구) : 시끄럽고 어지러워도 구하지 못하였다네.
縱橫之徒又邀利(종횡지도우요이) : 종횡가의 무리들이 또 이익을 구하니
枉己辱身猶不恥(왕기욕신유부치) : 자기를 굽혀 몸을 욕되어도 부끄럽지 않다네.
堂堂拔萃魯先生(당당발췌로선생) : 당당하게 그 무리에서 벗어난 노 중련선생
可堪稱爲天下士(가감칭위천하사) : 천하의 선비라 일컬어도 충분하여라.
一言解紛不受封(일언해분부수봉) : 한 마디로 분란을 해결하고도 봉작을 받지 않아
一札約矢下燕壘(일찰약시하연루) : 편지 한 통 화살에 묶어 연나라 성 항복 받았네.

不肯帝秦不仕齊(부긍제진부사제) : 진나라를 황제 삼지 않고 제나라에 벼슬 않고
嘉遯海上終不起(가둔해상종부기) : 해변으로 멀리 가서 끝내 나오지 않았네.
人言濟河深且闊(인언제하심차활) : 사람들은 제하가 깊고도 넓음을
可比先生三寸舌(가비선생삼촌설) : 선생의 세 치 혀에 비할 수 있다고 말하네.
人言泰山高且截(인언태산고차절) : 사람들 태산 높고도 가팔라
可比先生一片節(가비선생일편절) : 선생의 한 조각 절조에 비할 수 있다고 말하네.
貧賤乃肆志(빈천내사지) : 가난하고 천함은 뜻대로 할 수 있게 하나
富貴爲人詘(부귀위인굴) : 부유하고 귀하게 됨은 사람을 비굴하게 하네.
磊磊落落丈夫心(뢰뢰낙낙장부심) : 막힘없이 드높은 대장부의 마음
萬古千秋猶不滅(만고천추유부멸) : 만고천추에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孰能與之配高風(숙능여지배고풍) : 누가 능히 그와 함께 높은 풍도에 짝하리오.
茫茫滄海一輪月(망망창해일륜월) : 망망한 푸른 바다에 하나의 둥근 달이어라.

 

 

 

조이조수2(嘲二釣叟2)-김시습(金時習)

두 낙시질하던 노인을 조롱하다-김시습(金時習)

桐江江上釣煙波(동강강상조연파) : 동강 강 위에서 안개 낀 물결을 낚시질하니

生計蕭條一短蓑(생계소조일단사) : 생계는 쓸쓸하다, 짧은 도롱이 하나로다.

漢家若無星象動(한가약무성상동) : 한나라 만약 별들의 움직임이 없다면

千秋定不累完名(천추정부루완명) : 수천 년을 진정 완전한 이름 누 되지 않으리라.

 

 

 

조이조수(嘲二釣叟)-김시습(金時習)

두 낙시질하던 노인을 조롱하다-김시습(金時習)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 소소히 낙시터를 스치고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는 술수를 잊었구나.

如何老作風雲將(여하노작풍운장) : 어찌하여 늙어가며 풍운의 장수 되어

終使夷齊餓采薇(종사이제아채미) : 끝내 백이와 숙제 굶겨 고사리케게 했나.

 

 

무제5(無題5)-김시습(金時習)

무제-김시습(金時習)

擧鍾贈郞君(거종증랑군) : 잔 들어 낭군에게 드리노니

莫道吾情薄(막도오정박) : 나의 정이 각박하다 말하지 마소.

山深水重複(산심수중복) : 산 깊고 물이 더욱 겹쳐 있으니

誰與郞相謔(수여랑상학) : 누가 낭군과 서로 농담하려 하리오.

 

 

술고10(述古10)-김시습(金時習)

옛 일을 말하다-김시습(金時習)

述古傷千世(술고상천세) : 지난 일 말하다가 천 년의 일 상심하며
崢嶸歲暮時(쟁영세모시) : 분명하구나,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때이라.
候蟲依砌草(후충의체초) : 때를 알리는 벌레들은 뜰 풀에 의지하고
霜葉下庭枝(상엽하정지) : 서리 맞은 나뭇잎은 뜰 나뭇가지에서 진다.
陳蔡傷吾足(진채상오족) : 진나라와 채나라에서는 내 발 다치고
齊梁莫我知(제량막아지) : 제나라와 양나라는 나를 알아주지 아니한다.
天時苟如此(천시구여차) : 천시가 진실로 이러할 진데
孔孟亦奚爲(공맹역해위) : 공자와 맹자 또한 어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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