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碁道), 즉 바둑에, 두는 사람의 급과 단이 있듯이, 술을
마시는데도 급수와 단이 있다.
일찌기 청록파 시인 조지훈에 의하면, 주도(酒道)의 급수(級數)와 단수(段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갈파하였는데, 그 명칭과 해설이 아주 멋스럽고 재미가 있고 훌륭하여 대단한 탁견이 아닐수 없다.
9 급 :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 급 :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 급
: 민주(憫酒) - 마실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 급 : 은주(隱酒) - 마실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줄도 알지만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급 : 상주(商酒) - 마실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 급 :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3 급 :
수주(垂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 급 :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하여 마시는 사람.
1급
: 학주(學酒) -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 주졸(酒卒)
초단 : 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주도(酒徒)
2 단 :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 주객(酒客)
3 단 :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 주호(酒豪)
4 단 :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 주광(酒狂)
5 단 :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 주선(酒仙)
6 단 :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7 단 :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주성(酒聖)
8 단 :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수 없는 사람 - 주종(酒宗)
9 단 : 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열반주(涅槃酒)
이어서 시인 조지훈은 주도에는 9단 이상은 없다고 하였다는데, 그 이유인
즉슨, 9단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긴 하지만,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호(確乎)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천만금이 들것이요, 수행 연한이 또한 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단, "天才는 차한(此限)에 不在다" 라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나의 주도는 몇 단 아니면 몇 급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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