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밥이 되는 순간 송명섭 막걸리에 오이고추소박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막걸리. 알코올 도수도 비교적 낮고(6도 전후), 청량감이 좋아 일반적으로도 첫 잔에 많이 즐기는 주종이다. 페어링에 등장한 막걸리는 1,000종류가 넘는 지역 막걸리 중 가장 드라이한 것 중 하나인 ‘송명섭 막걸리’로 얼마 전 KBS 1박 2일에 명인의 막걸리로 등장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전북무형문화재이자 식품명인 송명섭 씨가 만드는데 오직 쌀과 물, 누룩 외에는 어떠한 감미료나 첨가물도 들어가질 않는다. 그래서 늘 쌀 자체의 풍미가 살아있고 달지 않은 맛, 흔히 이야기하는 드라이한 맛이 이 술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 막걸리는 쌀과 물로만 만들어진 밥과 가장 비슷한 막걸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막걸리에 페어링 된 음식이 바로 오이고추소박이. 송명섭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셔주며 오이고추소박이를 입안에 넣어주면 신기하게 드라이한 막걸리 맛이 담백한 맛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막걸리가 밥이 되고, 오이고추소박이가 반찬이 되는 순간이다.
스테이크와 샴페인 이상의 조합, 복순도가 막걸리와 항정살 구이
막걸리 중에 가장 청량감이 강한 막걸리라 한다면 언양의 복순도가 막걸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막걸리는 발효 시 나오는 탄산이 일부 나갈 수 있게 뚜껑에 틈을 만들어 놓는데, 복순도가의 경우 그 틈을 없앴다. 그래서 탄산이 나가지 못하고 막걸리 안에 용해되어 있어 마시면 깨알 같은 탄산이 입 안의 텍스쳐를 화려하게 해준다. 뚜껑을 열 때 힘차게 올라오는 탄산의 모습에 막걸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샴페인 막걸리로 통한다. 이러한 복순도가와 즐기는 음식은 불 맛이 느껴지는 항정살 구이. 조금 기름진 느낌의 항정살 구이에 입안에서 터지는 화려한 천연 탄산의 복순도가 막걸리가 들어가면 사람에 따라서는 스테이크에 샴페인 이상의 멋진 조합으로 느껴질 수 있다.
유유상종, 담백한 것끼리 만난 현미 막걸리와 단호박전
도정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모두 현미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 옛 느낌을 살린 막걸리가 월향 현미막걸리이다. 충남 논산 100년 역사의 양촌 양조장에서 빚고 있다. 전체적으로 현미 특유의 담백한 맛이 살아있는데, 이 막걸리에는 단호박전이 제공되었다. 담백한 현미 맛의 막걸리와 단호박전. 끼리끼리 즐긴다는 유유상종의 개념에서 나온 페어링이다.
참치 뱃살에 생강 먹듯, 치즈김치전에는 생강 술 이강주(19도)
참치뱃살은 가장 많은 기름기를 가지고 있는 생선 부위 중 하나인데, 이 기름진 맛에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슬라이스 된 생강이다. 이와 비슷한 컨셉이 바로 치즈김치전과 이강주(梨薑酒). 육당 최남선이 언급한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통 소주 이강주에는 배와 생강이라는 그 어원답게, 배, 생강, 계피 등이 들어가는데 이강주의 생강 역할을 더욱 살리기 위해 곁들인 것이 바로 치즈김치전. 상큼한 배와 생강의 풍미가 살아있는 이강주에 조금은 맵고 기름진 치즈김치전의 궁합은 유유상종의 개념이 아닌 서로 다른 이가 만나 조합을 이루는 완충작용의 역할로 페어링 되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와 상냥한 여성의 조화. 40도의 묵직한 문배주와 담백한 두부 요리
개인적인 소견으로 전통 소주 중 가장 드라이한 것을 꼽는다면 아마도 중요무형문화재 이기춘 명인이 만든 문배주가 될 것이다. 이유는 문배주의 원료가 수수, 좁쌀, 밀 등 이른바 거친 느낌의 곡물이기 때문이다. 문배주는 전통 소주답게 원료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풍미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향미에 개성이 넘친다. 특히 거칠기도 하고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묵직한 향은 마니아들로 하여금 떠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준다. 이러한 남성적인 문배주 맛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은 바로 두부 요리. 두부만이 주는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마치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를 커버해 주는 상냥한 여성적인 이미지로 느껴진다.
전통주 페어링에 정답은 없어, 그래서 누구나 가능
이번 전통주와 페어링을 준비한 월향의 양희태 매니저는 결국 페어링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정답이고 그래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페어링이라고 말이다. 결국, 자신의 입맛과 철학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여름에는 전통주와 다채로운 우리 음식으로 주안상 한번 차려보면 어떨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빚어진 우리술과 직접 만든 손수 요리가 만날 때, 단순히 먹고 마시기 위함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를 리딩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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