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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가맥축제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15. 7. 1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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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전주 가맥축제

 

 

 

여름 밤, 전주 한옥마을 북쪽 어둑한 경원동 골목에 가게 '전일수퍼'만 환하다. 진열대 대신 남녀노소 들어차 왁자지껄 맥주를 마신다. 4인 탁자 스무 개쯤에 빈 곳이 없다. 과자·라면 파는 '수퍼'는 두 평 구석방으로 밀려났다. 입구 연탄 화덕 앞에 아주머니들이 앉아 황태와 마른 갑오징어를 쉴 새 없이 굽는다. 한쪽에선 쿵쿵 둔한 소리가 요란하다. 구워서 딱딱해진 갑오징어를 전동 기계로 내리쳐 부드럽게 한다. 일일이 망치로 때리다 지쳐 들여놓았다.

▶앉자마자 맥주 세 병을 갖다 놓는다. 큼직 두툼한 황태가 마리째 올랐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게 여간 고소하지 않다. 양념장은 물엿, 마요네즈, 청양고추, 참깨를 듬뿍 넣어 달고 맵고 짜다. 맛 들이면 못 헤어난다는 '마약 소스'다. 맥주 한 병 2500원, 황태구이 9000원, 계란말이 6000원…. 한 사람 1만원 안팎이면 하룻밤 술자리가 즐겁다. 전주 특유의 서민적 술 문화 '가맥'이다. '가게 맥주'를 줄인 말이다.

[만물상] 전주 가맥축제

 

 

▶가맥은 구멍가게들이 탁자 몇 놓고 맥주를 팔면서 생겨났다. 70년대 중반 처음 시작했다는 영광상회는 없어지고 풍남문 앞 초원편의점이 제일 오래됐다고 한다. 이 집은 황태도 망치로 두드려 굽는다. 불붙은 연탄을 집게로 석쇠 위에 들어 올려 '양면 구이'를 한다. 굽다 길게 찢기를 거듭해 아주 부드럽다. 전주엔 가맥이 300곳 넘는다. 가게 따라 북엇국, 닭발 튀김, 노가리구이, 매운 콩나물 수제비도 낸다.

▶또 하나 독특한 술집이 막걸리 집이다. 막걸리 세 통 담은 한 주전자가 1만5000~2만원. 첫 주전자에 공짜 안주 열댓 가지가 좍 깔린다. 한 주전자 더 시킬 때마다 홍어·삼합·산 낙지·생선회·전복·육회 식으로 고급 안주가 나온다. "이러고도 남느냐"고 손님이 주인 걱정을 한다. 삼천동 비롯해 일흔 곳 넘는 막걸리 집이 외지 사람에겐 구경거리다. 가맥 역시 소문나 여행자가 심심찮게 찾아든다. 동네 사람과 어깨 부비며 덩달아 흥겨운 뒷골목 밤 문화를 맛본다.

▶가맥은 가정용 맥주를 파는 곳이 많다고 한다. 안주를 차리는 것도 제대로 따지면 법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주머니 가벼운 서민의 낙(樂)을 매몰차게 빼앗기도 어렵다. 가맥은 전주시 관광 안내 책자에 '전주가 탄생시킨 길거리 카페, 새로운 술 명소'로 올라 있다. 전주시가 8월 7~8일 가맥 축제를 연다. 전일수퍼 바로 옆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부스를 차리고 공연과 행사를 벌인다. 새삼 가맥과 막걸리 집에 앉아 전주의 흥(興)과 정(情), 맛과 인심을 누리고 싶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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