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琵琶行(비파행) - 白居易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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琵琶行(비파행)

 

 

- 白居易(백거이) -

 

 

尋陽江頭夜送客(심양강두야송객) 심양강가에서 밤에 손님을 보내려니

楓葉荻花秋瑟瑟(풍엽적화추슬슬) 단풍잎, 갈대꽃 가을이 쓸쓸하네

主人下馬客在船(주인하마객재선)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님은 배에 올라

擧酒慾飮無管絃(거주욕음무관현)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어

醉不成歡慘將別(취불성환참장별) 취해도 기쁘지 않아 슬피 헤어지려는데

別時茫茫江浸月(별시망망강침월) 망망한 강엔 달만 잠기어 있네

忽聞水上琵琶聲(홀문수상비파성) 문득 물 위로 비파 소리 들려오니

主人忘歸客不發(주인망귀객불발) 주인은 돌라갈 길 잊고 손은 떠나지 못하네

尋聲暗問彈者誰(심성암문탄자수) 소리를 찾아 가만히 뜯는 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琵琶聲停慾語遲(비파성정욕어지) 비파소린 그치고 말할 듯하다 머뭇거리네

移船相近邀相見(이선상근요상견) 배를 옮겨 가까이 다가가 서로 마주 보고

添酒回燈重開宴(첨주회등중개연) 술을 더하고 등불을 돌려 다시 술자리를 열었네

千呼萬喚始出來(천호만환시출래) 천번을 부르고 만 번을 소리치니 비로서 나오는데

猶抱琵琶半遮面(유포비파반차면) 아직도 비파를 안은 채 얼굴 반쯤 가렸네

轉軸撥絃三兩聲(전축발현삼량성) 축을 조이고 현을 퉁겨 두세 번 소리 내니

未成曲調先有情(미성곡조선유정) 곡조도 이루지 않았는데 정이 먼저 이는구나

泫泫掩抑聲聲思(현현엄억성성사) 현마다 축 가라앉아 소리소리 생각이 담겨

似訴平生不得志(사소평생부득지) 평생 이루지 못한 뜻을 하소연하는 듯하네

低眉信手續續彈(저미신수속속탄) 눈썹 내려 깐 채 손끝 따라 연이어 뜯는데

說盡心中無限事(설진심중무한사) 마음속에 서린 끝없는 사연을 이야기하는 듯

經攏慢撚撥復挑(경롱만연발부도) 가볍게 누르다가 천천히 쓸고 퉁겼다가 다시 돋우니

初爲霓裳後六么(초위예상후육요) 처음에는 예상우의곡 이더니 나중은 육오곡 이네

大絃嘈嘈如急雨(대현조조여급우) 굵은 현은 주룩주룩 소낙비가 쏟아지듯

小絃切切如私語(소현절절여사어) 가는 현은 소곤소곤 절절한 속삭임 같고

嘈嘈切切錯雜彈(조조절절착잡탄) 주룩주룩 소곤소곤 뒤섞이어 타니

大珠小珠落玉盤(대주소주락옥반)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쟁반에 떨어지듯

間關鶯語花底滑(간관앵어화저활) 또르르 구르는 듯 꾀꼬리 소리 꽃 아래서 매끄럽고

幽咽泉流水下灘(유열천류수하탄) 흐느끼듯 흐르는 샘물이 여울로 흘러 내려가네

氷泉冷澁絃凝絶(빙천냉삽현응절) 얼음 샘물 차갑게 막히듯 줄 엉키어 끊기더니

凝絶不通聲暫歇(응절불통성잠헐) 그렇게 엉키어 끊어진 듯 통하지 않더니 소리 잠시 그쳤네

別有幽愁暗恨生(별유유수암한생) 따로 그윽한 근심에 남모르는 한이 생기니

此時無聲勝有聲(차시무성승유성) 이때는 비파소리 나지 않음이 소리 날 때보다 더 나았네

銀甁乍破水漿迸(은병사파수장병) 은병이 깨어져 물과 술 흩어지고

鐵騎突出刀鎗鳴(철기돌출도쟁명) 철갑기병 갑자기 나와 창과 칼이 울리네

曲終抽撥當心畵(곡종추발당심획) 곡이 끝나자 술대 거두어 가슴에 대고 그으니

四絃一聲如裂帛(사현일성여열백) 네 현이 한꺼번에 소리 내어 비단을 찢는 듯하네

東船西舫悄無言(동선서방초무언) 동쪽 배, 서쪽 배 사람들 할 말을 잊고

唯見江心秋月白(유견강심추월백) 오직 보이느니 강엔 가을 달만 희게 빛나네

沈吟收撥揷絃中(침음수반삽현중) 생각에 잠겨 술대 거두어 현 사이에 꽂더니

整頓衣裳起斂容(정돈의상기렴용) 옷매무새 가지런히 일어나 용모 단정히 하네

自言本是京城女(자언본시경성녀) 스스로 말라기를 "나는 본래 장안 여자인데

家在蝦蟇陵下住(가재하마릉하주) 하마릉 아래에 살고 있었지요

十三學得琵琶成(십삼학득비파성) 열세 살에 비파를 익혀 일가를 이루었고

名屬敎坊第一部(명속교방제일부) 이름은 교방에 들었고 그중에서도 제1부에 속했지요

曲罷常敎善才服(곡파상교선재복) 곡이 끝날 때면 늘 훌륭한 재주로 스승들을 탄복시켰고

妝成每被秋娘妬(장성매피추낭투) 화장 곱게 하면 추낭의 시샘을 받았지요

五陵年少爭纏頭(오릉년소쟁전두) 오릉의 젊은이들 다투어 머리에 비단 감아 주었고

一曲紅綃不知數(일곡홍초부지수) 한 곡조에 붉은 비단 셀 수조차 없었지요

鈿頭銀箆擊節碎(전두은비격절쇄) 자개 박은 은비녀 장단 맞추느라 부러지고

血色羅裙飜酒汚(혈색나군번주오) 붉은 색 비단치마 술 엎질러 더럽혔지요

今年觀笑復明年(금년관소부명년) 올해의 즐거운 웃음 이듬해에 되풀이 되고

秋月春風等閒度(추월춘풍등한도) 가을 달, 봄바람에 한가롭게 보냈지요

弟走從軍阿姨死(제주종군아이사) 동생은 군에 가고 이모도 죽었으며

暮去朝來顔色故(모거조래안색고) 저녁이 가고 아침이 오는 사이 얼굴빛도 시들해 졌지요

門前冷落鞍馬稀(문전냉락안마희) 문 앞은 쓸쓸해지고 말을 타고 오는 이 드물어져

老大嫁作商人婦(노대가작상인부) 나이들어 시집가 상인의 아내가 되었지요

商人重利輕別離(상인중리경별리) 상인은 이익만 중히 여기고 이별은 가볍게 여겨

前月浮梁買茶去(전월부량매다거) 지난달은 부량으로 차를 사러 떠났지요

去來江口守空船(거래강구수공선) 강나루 오가며 빈 배만 지키자니

遶船明月江水寒(요선명월강수한) 뱃전에 달은 밝고, 강물은 싸늘했지요

夜深忽夢少年事(야심홀몽소년사) 밤 깊어 홀연히 꿈을 꾸니 젊었을 때 일이어서

夢啼粧淚紅闌干(몽제장루홍난간) 꿈 속 화장한 눈에선 눈물만 붉게 흘렀지요"

我聞琵琶已歎息(아문비파이탄식) "내가 비파 소리를 듣고 이미 감탄한 데다

又聞此語重喞喞(우문차어중즉즉) 이 말까지 들으니 그저 한숨짓게 되네

同是天涯淪落人(동시천애윤락인) 다 함께 하늘가에서 몰락한 사람 신세이니

相逢何必曾相識(상봉하필증상식) 서로 만나 어찌 반드시 아는 사이어야 하는가?

我從去年辭帝京(아종거년사제경) 나는 지난해 황제의 서울을 하직하고

謫居臥病潯陽城(적거와병심양성) 심양으로 귀양 와 병들어 누워 심양성에 있다오

潯陽地僻無音樂(심양지벽무음악) 심양은 땅이 구석져 음악다운 것이 없어

終歲不聞絲竹聲(종세불문사죽성) 한 해가 다가도록 음악소리 듣지 못했다오

住近湓江地低濕(주근분강지저습) 분강 가까이 사니 땅이 낮고 습하여

黃蘆苦竹遶宅生(황롤고죽요택생) 누런 갈대와 참대나무만이 집 둘레에 났지요

基間旦暮聞何物(기간단모문하물) 그런 사이에 아침저녁 무슨 소리를 듣겠소

杜鵑啼血猿哀鳴(두견제혈원애명) 두견새 피 토하여 내고 원숭이 애절한 울음소리 뿐

春江花朝秋月夜(춘강화조추월야) 강가에 꽃이 피는 봄날 아침, 달뜨는 가을밤

往往取酒還獨傾(왕왕취주환독경) 때때로 술 가져와 홀로이 술잔을 기울였지요

豈無山歌與村笛(기무산가여촌적) 어찌 산의 노래와 마을에 피리소리 없으리오만

嘔啞嘲哳難爲聽(구아조찰난위청) 송알송알 조잘조잘 소리 듣기 어렵지요

今夜聞君琵琶語(금야문군비파어) 오늘밤 그대의 비파소리 들으니

如聽仙樂耳暫明(여청선악이잠명) 선계의 음악을 듣는 듯 귀 잠시 밝아졌다오

莫辭更坐彈一曲(막사갱좌탄일곡)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타 주구려

爲君飜作琵琶行(위군번작비파행) 그대 위해 비파의 노래 내 지으리라

感我此言良久立(감아차언양구립) 나의 말에 감격하여 한동안 서 있더니

却坐促絃絃轉急(각좌촉현현전급) 물러 앉아 현을 재촉하니 현은 더욱 빨라지네

凄凄不似向前聲(처처불사향전성) 슬프기가 조금 전 소리와는 사뭇 다르고

滿座聞之皆俺泣(만좌문지개엄읍) 가득 앉은 자리에서 듣고는 모두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네

就中泣下誰最多(취중읍하수최다) 그중에 눈물을 누가 가장 많이 흘렸던가?

江州司馬靑衫濕(강주사마청삼습) 강주사마 푸른 적삼 흠뻑 적셨다네


<번역: 맹주상>

 

어구()

: 비파 노래. 비파는 ‘넉 줄이나 다섯 줄을 맨 (현악기)’임.1)
: 현재 강서성 (구강시)를 흐르는 양자강의 별칭. 구강에 (심양루)가 있음.
: 단풍나무의 잎.
: 갈대꽃. (노화).
: 바람이 솔솔 부는 소리. 매우 쓸쓸함. 적막함.
: 술잔을 듦. (거주배).
: 관악기와 현악기. 음악. 풍악소리[(풍악성)].
: 비파의 굵은 줄. ‘저음을 내는 줄’임.
: 소리가 시끄러운 모양. 굵은 소리의 형용.
: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소나기.
: 비파의 가는 줄. 고음을 내는 줄.
: ‘가늘게 이어지는 가냘픈 소리’의 형용. 매우 간절히 생각하는 모양.
: 속삭이는 말.
: 뒤섞이어 복잡함.
: 큰 구슬 작은 구슬.
: 옥쟁반.
: 쓸쓸함. 쌀쌀함.
: 안장을 갖춘 말. 부귀한 사람[손님].
: 나이가 지긋함. 매우 늙음.
: 현재 강서성 (경덕진시)의 지명인데 (차)의 집산지임.
: 구슬픔. 춥고 쓸쓸한 모양.
: 얼마전. 아까. 지난번.
滿 : 여러 사람이 모여 앉은 자리.
: 얼굴을 가리고 욺.
: 그 중에서도 특히. 그 가운데 특별히.
: 강서성 (구강) 지방의 사마. 는 ‘군사의 일을 맡은 벼슬’임. 지은이 자신을 가리키는데 그가 44세 때 강주사마로 좌천되었음.
: 남빛 적삼. 선비의 옷.



감상()


이 시는 지은이의 대표적 걸작 중의 하나로, 자신의 신변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한

7(7언악부)로 주관적이요 서정적인 (장시)이다.

 

지은이가 쓴 (서문)을 보자.

(원화 십년, 당 헌종 때인 815년) 내가 구강군 사마로 좌천한 이듬해 가을에 손을 (분포구)로 전송할 때,

밤에 배 안에서 비파를 타는 사람이 있어 그 소리를 들으니 높고도 맑기가 서울 장안의 세련된 가락이었다.

그 사람을 찾아 물으니 본디 장안의 기생으로 일찍이 비파를 (목)과 (조)의 두 명수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나이 먹고 얼굴이 시드니 할 수 없이 상인의 아내가 되어 이 곳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술자리를 베풀어 그 여인더러 몇 곡을 타게 했고 연주가 끝나자,

여인은 슬픈 표정으로 젊었을 적의 즐겁던 일을 말하고 이제 늙어 영락하여

이렇게 파리한 꼴로 강호를 유랑하는 애처로운 신세를 털어놓았다.

나도 지방 관리로 나와 2년이 되지만 그 동안 덤덤하게 지내왔었는데,

이 여인의 얘기를 듣고 나니 느끼는 바 있어 오늘밤에야 비로소 귀양살이를 하는 설움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긴 구절의 노래를 지어 이 여인에게 주기로 하니 모두 616언이라 이름하여 이라 하였다.”

 

이 작품은 일종의 풍류문학으로 후세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평한다.



*

816년 작. ‘비파인()’이라고도 한다.

당시 백거이는 신악부()를 비롯한 일련의 사회비판의 시 때문에 중앙에서 쫓겨나,

천애(:하늘 끝)라고 하던 주장[]에 좌천되어 있었다.

그 때는 그의 인생과 문학의 위기이기도 했는데, 어느 가을날 저녁 우연히 들려오는 비파 소리에 느낀 바 있어

자신의 내면을 대상으로 단숨에 이 시를 지어냈다.

 

제1장에서는 비파의 음색에 매혹되어 끊임없이 떠오르는 환상을 “, ”과 같이,

때로는 화사하게 때로는 울적하게 펼쳐 나간다.

그것은 바로 음악을 언어로 옮기는 독창적인 형상이 되기도 한다.

 

제2장에서는 한때 화려한 서울에서 미모와 슬기로 뭇사람의 이목을 끌었던 몸이 지금은 상인의 아내가 되어,

강상()의 배에서 외로이 남편을 기다린다는, 비파를 탄주하는 여인의 술회에

문화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변경의 땅에서 잿빛의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되어

누를 길 없는 한탄을 슬픈 억양으로 노래하였다.

 

이 시는 칠언()의 유려한 울림을 거침없이 88행에 실었으며, 문자로 음악을 시각화()하면서,

변전하는 운명에의 통곡을 표상하고 인간의 비애를 빼어나게 결정시켰다.

그 후에 이 시는 음악을 문자로 정착시키는 수법의 지침이 되었고,

또 음악 연주자와 시인의 인간관계적 구성을 거쳐 소설과 희곡에 오래도록 제재()를 제공하였다.

서유럽에서는 <장한가() Everlasting Remorse)>에 대응하는 ‘류트송(Lute Song)’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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