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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問答(산중문답) - 李 白

글모음(writings)/한시(漢詩)

by 굴재사람 2015. 8.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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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問答(산중문답) 산속에서의 문답

 

- 李 白 -

 

問余何事碧山(문여하사서벽산)  청산에 사는 뜻을 내게 물어와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말없이 웃을 뿐인데 마음 절로 한가로워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물길 따라 아득히 떠내려가고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인간세상 아니 있는 별천지라오
 

 

* 이 작품은 <山中答俗人>이란 시제로 소개되기도 한다.

칠언절구로 되어 있으나 근체시의 율격에 어긋나서 칠언고시로 분류하기도 한다.

 

시인의 나이 53세 때 지은 작품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특히 4구 '別有天地非人間'은

명승지가 자연 친화적이면 돌에 새겨져 눈길을 끌기도 한다.

 

* 3, 4구를 보자.

붉은 복사꽃이 흐르는 물길 따라 푸르른 산속 골짜기 사이로 아득하게 멀리 또 유유히 떠내려간다.

이는 진나라 도연명이 산문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밝혔던 도화경인 이상 세계에 뜻을 두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무릉도원의 세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복사꽃이 나무에서 만발하고 있는 최상의 절정에 있는 아름다움의 묘사가 아니고

시인의 뜻은 시냇물 따라 떨어진 꽃잎에 있다.

복사꽃잎은 산속 맑은 물속에 둥실둥실 떠내려가 아득하게 멀리 사라지는 모습의 자태이다.

 

젊고 싱싱하고 찬란하고 화려한 절정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지는 것, 쇠퇴하는 것, 사라지는 것의 모습도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

오히려 여운은 뒤쪽에 더 담겨 있는 것 같다.

 

자연은 말한다. 시작도 나의 것, 절정도 나의 것, 종말도 나의 것.

작은 생명이 싹틀 때도 아름답고. 영성할 때도 아름답고. 쇠락하는 것도 아름답다고.

가버리는 것을 소중한 진리로 받아들이며 지는 것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슬프지 않다.

왜냐면 순진무구한 빈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만이 소멸도 죽음도 영겁 속에 있음을 감지하게 되리라.

 

자연의 법칙을 눈여겨보며 긍정적으로 찬양할 수 있는 사람은 낙천적인 사람이다.

낭만적인 사람이다. 자유를 더 간직한 사람이다. 그런데 시인 이백이 그렇다.

지는 것도 아름다운 세상 가는 것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이 있는 곳.

편안하고 조용하고 평온이 깃든 곳 이곳 벽산의 하늘과 땅이 아닌가!

 

사람과 사람이 얽힌 사이의 세상이 절대 아니다.

인간 세상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순수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는 별천지여!

인간세상에서 불운과 상처를 반복했건만 시인은 결코 영혼을 더럽힌 적이 없다.

좌절 속에서도, 맑은 영혼은 영원히 숨 쉬는 천연의, 자연의 순박하면서도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천진난만하게 황홀해한다.

비록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명(明)대의 문학비평가인 이동양(李東陽)은 이 시를 담백하면서도 심오하다고

칭찬하면서 특히 3, 4구에 대하여 이 깊고 오묘한 뜻을 알 사람은 알겠지만

범부, 속인을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 碧山 : 푸른 산. 속세를 벗어난 세상

杳然 : 아득하게. 멀리

別有天地非人間 : 인간세계가 아닌 이상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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